[맛 이야기] ‘MSG’는 나쁜 성분으로 오해받고 있다?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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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G’로 널리 알려진 글루탐산모노나트륨이 최근 미국에서 큰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MSG는 전혀 유해하지 않은데 건강에 나쁜 성분으로 오해받고 있다는 것이 요지다.

논란의 발단은 사전 용어 설명에서 시작했다. 유명한 영어 사전인 ‘메리암-웹스터’에 ‘중국 음식점 신드롬(CRS)’이라는 용어가 있다. 설명은 이렇다. ‘MSG를 과도하게 사용한 중국 음식을 먹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 현기증과 메스꺼움 같은 증상.’

CRS라는 용어가 생긴 곳은 미국이다. 1968년 한 남성 독자가 〈뉴 잉글랜드 의학 저널〉에 ‘중국 음식을 먹고 난 뒤 심각한 무감각 상태를 경험한다’는 기고를 보낸 게 발단이었다. 이 글이 실린 뒤 중국 음식은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이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CRS의 주범이라는 ‘누명’은 MSG가 뒤집어썼다. 1969년 ‘CRS의 범인은 MSG다. 이 성분은 목이 타면서 얼굴을 잡아당기는 듯한 느낌과 가슴 통증을 유발한다’고 주장하는 연구 보고서가 나온 게 계기였다.

이후 미국은 물론 여러 나라 사람들의 머릿속에 MSG는 아주 해로운 성분으로 각인돼 버렸다. 미국에 있는 중국 음식점 가운데 상당수는 ‘MSG를 사용하지 않는다’라는 문구를 가게 앞에 붙이고 있다. 우리나라 식당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제과업체 등은 과자 봉지에 비슷한 내용을 적어놓고 건강에 좋은 제품이라고 은근히 강조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달 초 일본의 조미료 회사인 아지노모토가 반격에 나섰다. 이 회사는 메리암-웹스터 사전의 CRS 설명은 인종차별로 범벅이 돼 있다며 당장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지노모토는 ‘CRS는 MSG를 첨가한 중국 음식을 부당하게 비난하는 낡은 용어’로 설명을 변경하라고 요구했다. 아지노모토의 주장은 국제적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궁지에 몰린 메리암-웹스터 사전은 공식 트윗을 통해 ‘아지노모토의 주장에 따라 용어 설명을 바꿀지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MSG는 사실 토마토, 치즈 같은 천연 식품에서 발견되는 성분이다. 과학자들은 마치 우유로 요구르트를, 포도로 술을 만들듯이 자연식품에서 MSG를 추출하는 방법을 찾아냈고, 그것을 상품화했다.

과학자들은 MSG의 유해성을 인정하지 않는다. 1986년 음식 안전을 주로 다루는 과학 잡지 〈푸드&케미컬 톡시컬러지〉는 ‘10년 이상 연구 결과 MSG가 해롭다는 명백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 중국 음식점 신드롬이라는 개념은 의심스럽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1990년대 독자적인 MSG 연구 조사를 한 뒤 ‘MSG는 안전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FDA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식품에 MSG를 넣는 것은 일반적으로 안전하다고 인정받고 있다’라고 적혀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식품농업기구(UNFAO)도 공동으로 실시한 연구에서 ‘MSG 유해성 논란은 과학적 사실이라기보다는 입증되지 않은 주장에 기초를 두고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과학자들은 “만약 MSG가 정말 해로운 성분이라면 이미 중국과 일본을 포함해 전 세계 여러 나라에서 수많은 사람이 병에 걸리는 등 부작용에 시달렸어야 할 텐데, 실제로는 그런 일이 전혀 일어난 적이 없다”고 설명한다.

FDA, WHO 등에 따르면 MSG는 과학적으로, 객관적으로 건강에 해롭지 않은 성분이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하더라도 MSG 넣은 음식이나 과자를 쉽게 먹을 수 있을까?

남태우 선임기자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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