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숏확행' 시대, 찬찬히 생각하면 늦을까?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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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영 영상콘텐츠팀장

“선배, 이제 우리도 ‘틱톡’ 해야 되는 거 아닙니까?”

영상과 소셜 미디어를 담당하고 있는 우리 팀의 후배가 며칠 전 ‘틱’ 던진 말이다. 이제 겨우 유튜브가 뭔지 알까 말까 한 팀장에게 또 다른 숙제가 ‘톡’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아니, 대체 틱톡은 또 뭐길래. 우리 팀원들, 어쩜 이렇게 의욕이 넘칠까.

틱톡(TikTok)은 15초에서 1분 사이의 짧은 동영상을 공유하는 플랫폼이다. 전 세계 20억 다운로드를 넘어서며 인기를 끌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사용자의 60~70%가 10대에서 20대 중반으로 어리다는 것이다. 앞으로 유튜브를 능가하는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짧은 동영상 '틱톡' 앱 20억 다운로드 인기

손쉬운 영상 제작 '밈' 트렌드 맞물려 열광

유튜버 이어 틱톡커 정치·문화 영향력 커져

새 플랫폼 진출 늦으면 뒤처질까 조급증도


이미 틱톡은 각종 챌린지와 밈(특정 콘텐츠를 대중이 따라 하고 놀이로 즐기는 현상) 영상 등으로 문화 트렌드를 선도하고 있다. 올 1월 가수 지코가 ‘아무노래’를 발표하며 안무를 따라하는 챌린지를 진행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 후로 신곡을 발표한 BTS와 트와이스 같은 가수들은 틱톡을 주요 홍보 수단으로 삼고 있다.

그 덕분에 요즘은 ‘유튜버’에 이어 ‘틱톡커’가 인플루언서(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사람)로 떠오르고 있다. 1000만 팔로워를 가진 10대 틱톡커 노엔 유뱅크스가 명품 브랜드 셀린느의 모델로 발탁된 것 등이 그 예다.

틱톡의 주요 이용자는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젊은 세대)다. 하지만 시대에 뒤처지지 않는 할머니 파워는 틱톡에서도 빛을 발하고 있다. 국내 유명 유튜버에 박막례 할머니가 있다면, 미국에서는 ‘틱톡 할머니’ 메리 조 로프가 화제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노예해방 기념일(6월 19일)에 맞춰 유세를 진행한다는 소식에 반대해 이른바 ‘노쇼 시위(유세 예매만 하고 참석하지 말기)’를 제안했던 인물이다. 10대 청소년과 K팝 팬이 가세한 이 집단행동으로 틱톡이 정치 영역에까지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그러나 최근 중국산 앱인 틱톡이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몰래 가져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가짜 뉴스의 전파 수단이 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피자가게 지하에서 아동 성매매 조직을 운영한다’는 내용의 4년 전 가짜 뉴스, 이른바 ‘피자게이트’가 미국 대선을 앞두고 틱톡에서 다시 떠돌고 있다.

그럼에도 틱톡은 미국 대학생들이 입사하고 싶어 하는 ‘톱5’ 기업에 꼽힐 만큼 승승장구하고 있다. 직장 평가 사이트 ‘글래스도어’가 올 5월 한 달간 미국 대학생들이 낸 취업지원서를 집계한 결과 가장 많은 원서를 받은 기업은 아마존, MS, 골드만삭스, 애플, 틱톡 순이었다. 구글과 페이스북을 제친 틱톡의 선전은 의미심장하다. 틱톡 개발·운영사인 중국 ‘바이트댄스’는 세계 최초로 헥토콘(기업가치 1000억 달러 이상의 스타트업)에 올라 화제가 되기도 했다.

국내의 경우 방송사들이 주로 틱톡 계정을 운영 중이다. 신문사의 경우 미국 워싱턴포스트의 활약이 주로 언급된다. 기자들이 야근하다 미쳐가는 영상, ‘칼퇴’하려다 실패하는 영상 등 Z세대가 좋아할 만한 코믹 영상을 선보여 호응을 얻고 있다. 틱톡 계정에 구독 할인 이벤트를 링크해 젊은 유료 구독자를 끌어들이려는 노력도 한다.

짧은 동영상을 지향하는 틱톡은 홍보 문구로 ‘숏확행’을 사용하고 있다. ‘짧지만 확실한 행복’을 준다는 것이다. 길이가 짧다 보니 초보자도 쉽게 영상 제작을 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기도 하다. 인터넷 콘텐츠를 갖고 노는 밈 트렌드에도 맞다. 이처럼 가볍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나이 어린 사용자들을 사로잡은 매력으로 분석된다.

문득 짧아지는 콘텐츠의 길이만큼 우리의 인내와 집중력도 줄어들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뭐 하나를 진득하게 들여다보고 고민할 여유는 점점 더 사라지게 되는 걸까. 나부터도 유튜브 영상을 볼 때 1분을 채 못 넘기는 조급함을 체감하고 있다.

15초에서 1분 사이. 그 짧은 시간에 우리가 독자에게 전할 수 있는 메시지는 어떤 것이 될까. “발 빠른 팀원님들, 틱톡 계정은 찬찬히 고민 좀 해보고 개설하면 어떨까요?”

말은 이렇게 했지만, 조바심이 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이러다 트렌드에 뒤처지면 어쩌지? 새 플랫폼은 선점이 중요하잖아?’ 결국 우리 팀원들은 회의가 끝나자마자 뒤돌아 틱톡 앱을 깔고, 어떤 차별화된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을지 각자 고민에 들어갔다. 이 생각의 시간은 과연 틱톡처럼 짧을까, 대하소설만큼 길어질까?

2young@busan.com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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