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미혜의 젠더렌즈] 여성 노인의 행복한 노후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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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대 보건복지대 학장

10월 2일은 ‘노인의 날’이다. 지난달 발표된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올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812만 5000여 명으로 전체 인구의 15.7%를 차지했다. 이 추세로 간다면 2025년에는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3%를 기록해 초고령사회로 들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심지어 2036년에는 30%를 넘어서고 2060년에는 43.9%가 된다. 그야말로 노인이 대세가 되는 사회가 도래하는 것이다.

이렇게 노인이 대세가 되는 현대 사회에서 경제적으로나 신체적으로 취약한 노인에 대한 지원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다. 최근 통계청의 보고를 보면 우리나라 여성 노인의 성비는 67%에 달하고 있다. 근래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치매 노인이나 노인 부양 문제와 갈등에 관한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지적되는 사항은 이들 노인 대부분이 여성이라는 점이다. 이는 여성 노인 문제가 우리나라 전체 노인 문제를 대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치매 등 갈등 대상 노인 대부분 여성

학대 피해 남성보다 두 배 이상 많아

국가·지역사회 정책적 개입 불가피


노인 인구 중 여성 노인의 증가는 건강이나 부양과 관련된 가족 갈등의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으며 평균수명의 연장에 의해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들 여성 노인은 남편과 사별 후 홀로 노년기를 맞는 경우가 많은데 그 과정에서 한국 사회의 고정관념 때문에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자립이 어려울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러나 구체적 대처방안 없이 지금껏 가정에서 방치되어 온 여성 노인들은 자신이 오랫동안 경험해 왔던 유교주의의 보수적 가치관에 얽매여 자녀에게 의존하게 되고 이러한 상황에서 가족원과 계속되는 갈등을 겪고 있다. 특히 의존적인 노인과 이들을 제대로 부양할 수 없는 가족원의 갈등이 전개될 때 여러모로 취약한 상황에 있는 여성 노인은 학대의 희생자가 되지만 아직까지 노인 문제는 가족원에 전담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전통적인 가족 윤리 때문에 노인학대는 가정 내에 은폐되기 쉬운 실정이다.

‘노인복지법’에 의하면 노인학대는 ‘노인에 대하여 신체적, 정신적, 성적 폭력 및 경제적 착취 또는 가혹 행위를 하거나 유기 또는 방임을 하는 것’으로 규정된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노인학대 피해자는 10만 명당 65~69세인 경우 37.5명인데 반해 80세에서는 112.5명으로 크게 늘었으며, 성별로는 여성이 90.5명, 남성이 38.5명을 차지해 여성이 2배 이상 많이 나타났다. 유형별로는 정서적 학대, 신체적 학대, 방임 순으로 나타났고 특히 신체적 학대와 성적 학대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왜 여성 노인이 학대의 피해자가 될까? 여성 노인의 사회문화적, 가족적 상황을 알아보면 그 근원적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우선 학대받는 여성 노인의 사회문화적 상황은 그들이 태어나 성장하였던 혼란기의 사회구조와 일치한다. 이들은 대부분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 방치되었고, 결혼 후에도 남편의 무능력이나 사망에 의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어려움을 안고 있다. 또한 이들은 가부장적 사고방식을 그대로 수용하여 집안의 대를 이을 아들을 지키고자 노력하지만 빈곤의 악순환 속에서 이들을 방치할 수밖에 없었고 늙어서는 버려지거나 오히려 손자녀를 떠맡는 고충을 안고 있다.

학대받는 여성 노인의 가족 상황을 살펴보면, 자녀가 노인을 부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가해자가 되기 쉽다. 이전 보건복지부와 중앙노인보호전문기관의 조사에 의하면 노인 학대자는 과반수가 자녀, 즉 아들과 딸로 나타났다. 부양자인 자녀의 무능력, 스트레스, 재산 문제, 상호관계의 심리 문제 등이 학대 요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다음 가해자는 배우자인데 여성 노인은 가부장적 사고방식을 내면화하거나 생계 유지를 위하여 학대 상황을 참고 견디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제대로 신고하는 경우가 드물다.

고령사회에 진입한 현 시점에서 학대받는 여성 노인에 관한 국가와 지역사회의 정책적 개입은 불가피하다. 여성위기전화(1366)와 노인학대상담전화(1577-1389)는 위기에 직면한 여성과 노인이 단시간 내에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이 외에도 올해부터 노인돌봄사업이 ‘노인맞춤돌봄서비스’로 통합·개편되어 서비스를 실시한다. 이용 대상자는 기초생활수급자뿐만 아니라 차상위계층까지 확대되어 안전 지원, 사회 참여, 생활 교육, 일상생활 지원 등 생활 전반에 걸친 실질적인 서비스를 받게 된다. 이제는 이 제도를 통해 여성 노인들이 지역사회에서 오랫동안 안전하고 행복하게 노후를 보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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