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회 BIFF] 윤제균 감독·하지원과 함께 본 ‘1번가의 기적’
캐스팅, 촬영 비화 등 풍성한 이야기
경기 장면 리얼리티 위해 합 안 맞춰
하지원 코로나 시대 이야기하다 눈물도
13년 전 그 영화를 영화감독·주연배우와 다시, 같이 본다.
영화 ‘1번가의 기적’을 윤제균 감독, 하지원 배우와 극장에서 함께 보며 수다를 떠는 자리가 마련됐다.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 안의 문화 축제 커뮤니티비프 ‘마스터톡:윤제균 감독’ 프로그램이 24일 오후 7시부터 부산 중구 남포동 롯데시네마 대영에서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1번가의 기적’ 윤제균 감독, 주연 배우 하지원이 직접 참석해 캐스팅, 촬영 비화 등 다양한 이야기를 관객들과 나눴다.
코멘터리 상영회를 위해 관객들은 영화 시작 전에 커뮤니티비프의 앱의 리플시네마에 접속했다. 관객들은 채팅 창에 실시간으로 질문을 올리고, 감독과 배우의 수다나 답변을 코멘터리토크 수신기를 통해 들으면서 영화를 감상했다.
윤 감독이 “영화 ‘1번가의 기적’은 ‘낭만자객’이 망하고 4년 만에 하지원 배우를 삼고초려해서 만든 영화”라고 말하자 하지원은 “‘시나리오가 좋아서 윤제균 감독님을 믿고 참여했다”고 응답했다. ‘1번가의 기적’은 필름으로 촬영한 영화다. 하지원은 “마지막으로 찍은 필름 영화였다. 작업이 복잡하고 어렵기는 하지만 가끔 그립다”며 필름이 돌아가던 소리를 회상했다. 그는 “필름은 다시 찍을 수 없으니 리허설도 많이 했고 더 정성이 담겼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 영화에서 하지원은 병석의 아버지를 따라 복싱을 하는 명란을 연기했다. 영화 전에는 복싱을 접한 적이 없지만 하지원은 실제 복싱 선수들에게 ‘복싱을 다룬 국내외 영화를 통틀어서 가장 리얼한 연기를 했다’고 평가 받을 정도로 열연했다.
하지원은 “여러 운동, 스포츠 다 합쳐서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여배우인가 복서인가 착각할 정도로 분장에 관심도 가질 수 없었다. 끝까지 영화를 찍는 것만 생각했다”고 전했다. 관객들은 채팅 창에 ‘배우님 못하시는게 뭔가요’ 등의 댓글을 달았다.
하지원은 복서 역을 위해 구부정한 자세를 취한 영향으로 굽은 어깨를 펴는데 7~8년이 걸렸다고 했다. 윤 감독은 “하지원 배우가 이 영화 뒤에 드라마 ‘황진이’를 찍었는데 몸에 근육이 너무 많이 생겨서 고생했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동양챔피언과의 경기 장면에서는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배우끼리 서로 ‘합’을 맞추기 않고 촬영했다고. 윤 감독은 “정두홍 무술감독이 합을 맞추면 표가 난다며 현장에서 ‘하지원 공격’ ‘난타’ 등 간단한 지시만 하더라”고 말했다. 영화에 들어가는 10여 분 분량을 위해 1주일동안 경기 장면을 촬영했다.
하지원은 “감독님이 살을 좀 찌우면 좋겠다고 하셨지만 운동량이 너무 많아서 하루 6~7끼를 먹었는데도 살이 더 빠졌다. 감독님에게 53㎏은 나간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말했다. 윤 감독은 “당시 하지원 배우를 너무 고생시켜서 팬들에게 욕을 엄청 먹었다”며 사과했다. 관객들은 채팅 창에 ‘악플악플악플’ ‘욕욕욕’ 등 센스있는 댓글로 ‘팬심 담긴 항의’의 뜻을 전했다.
고생을 했지만 영화 속 명란은 제대로 된 복서 수준의 강펀치를 선보였다. 동양챔피언과의 경기 장면에서 상대 선수가 하지원의 펀치에 코피가 터졌다. 포장마차에서 필제 역 임창정이 한 대 얻어맞는 장면에서도 ‘제대로 한 번에 가자’는 임창정의 이야기대로 쳤다가 임창정의 얼굴에 피멍이 들기도 했다.
하지원은 가장 힘들었던 장면으로 자다가 일어나서 토하는 신을 꼽았다. 물 1.5L를 마시고 동원 참치를 2캔을 먹고 실제로 구토를 했다고 한다. 윤 감독은 “경기 장면 등을 제대로 찍고 싶어서 욕심을 냈던 것 같다. 오랜만에 보니 창피한 부분이 많다. 정말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당시의 간절함도 느껴진다”고 말했다. 하지원은 “오늘 다시 보니 ‘이 영화가 이렇게 좋았나’하는 생각이 든다”는 감회를 밝혔다.
한편, 코멘터리 상영에서는 다른 출연 배우에 대한 이야기도 오갔다.
영화에서 하지원의 아버지역은 정두홍 무술감독이 연기했다. 윤 감독은 “당시 남자 배우 중에서 복싱을 그 정도로 하는 사람을 구하기 어려워서 선배가 그냥 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철거 동의서를 받으러 온 필제의 상사인 김부장 역의 김희원은 이 영화가 데뷔작이다. 김희원은 임창정과 하지원을 폭행하는 장면에서 아주 많이 긴장을 했다고 한다.
또 사투리 남매로 ‘찰떡 캐미’를 보여준 아역배우 박창익, 박유선에 대한 칭찬도 줄을 이었다. 윤 감독은 “오빠인 일동 역 오디션에서 박창익과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인 아역배우가 여진구였다. 초등학교 4학년인데 연기를 참 잘했다. 그런데 너무 잘 생겨서 일동 역에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코멘터리 상영에 이어 짧은 관객과의 대화가 진행됐다. 여기서 하지원은 “(코로나로) 힘든 시기에 지금 이 시간이 너무 소중하고 떨린다”고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 그는 “배우로서 더 좋은 작품으로 여러분들을 다시 만나는 시간을 갖고 싶다. 더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윤제균 감독은 “‘1번가의 기적’을 통해 가진 것 없는 사람들, 가난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가난 등 영화 속의 여러가지가 개인적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급작스런 해피엔딩은 영화를 우울하게 끝내고 싶지 않아서 그랬다”고 말했다. 그는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영웅’에 대해 “겨울에 (개봉)하려고 했는데 코로나 때문에 겨울에 개봉할 지, 내년으로 미룰 지 결정이 나오면 (정확한 시기를) 알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전했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