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느는데 일손 없다… 조선업계 ‘감원 역풍’
“물 들어오는데, 노 저을 사람이 없다?”
일찌감치 올해 수주 목표 달성에 성공하며 신바람을 내던 조선업계가 인력난에 역풍을 맞고 있다. 고강도 구조조정과 수주 절벽 후유증으로 노동자 수천 명이 현장을 떠난 탓이다. 숙련공 복귀와 청년인력 양성을 위한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월 세계 발주량 52% 수주
확보 물량 5년 만에 최대치 불구
앞선 수주 절벽·구조조정 여파
생산 인력 최대 8000명 부족
조업 중단 ‘최악 상황’ 우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10월 세계 선박 수주에서 한국 조선 3사가 전체 발주량의 52%를 쓸어 담으며 한 달 만에 중국을 밀어내고 세계 1위로 올라섰다.기존 일감도 넉넉하다. 10월 기준 국내 조선사 수주잔량은 2882만 CGT로 전달 대비 36만 CGT 증가했다. 이는 2016년 3월 2938만 CGT 이후 5년 만에 최대 규모다. 전망도 밝다. 당장 연말까지 100척에 달하는 카타르발 LNG 운반선 발주가 예정돼 있다. 여기에 국제해사기구(IMO) 환경규제에 맞춘 친환경 선박 수요 증가와 노후 선박 교체 주기가 겹쳐 2031년까지 연평균 발주량 1900여 척에 달하는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클락슨리서치는 예상했다.
관건은 인력 수급이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사업장이 있는 거제의 경우, 2016년 수주 절벽으로 고강도 구조조정이 이뤄졌다. 2015년 12월 거제 양대 조선소 사내·외 협력사를 포함해 7만 6000여 명에 달했던 조선업 종사자 수는 올 9월 기준, 절반 이하인 3만 7000여 명으로 급감했다. 게다가 올 상반기 잇따른 수주 낭보에도 현장에선 감원 칼바람이 불었다. 지난해 수주 공백 탓에 당장 할 일이 없어서다. 발주 이후 조업 착수까지 최소 6개월 이상 걸리기에 올해 수주 물량이 현장 일감으로 풀리는 것은 빨라야 내년 상반기다. 연말까지는 보릿고개다. 6000명 숙련공 사수를 목표로 한 거제형 고용유지 모델은 지금까지 2200명이 실업 위기를 넘긴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안간힘을 쓰지만 역부족이다.
국민의힘 서일준 국회의원(경남 거제)이 산업통상부에서 받은 ‘조선업 생산직접직 인력 대비 향후 필요인력’ 자료를 보면 거제, 부산, 울산, 전남을 중심으로 2022년 4분기(10~12월)까지 최대 8000명 이상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대로는 대형 조선사조차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 때문에 세계 1위 조선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퇴직인력 재고용인건비 △신규인력 채용지원금 △특화교육 훈련수당 등 숙련·청년인력 채용지원금 등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서 의원의 지적이다. 서 의원은 “국내 조선산업 시황이 회복기를 맞이하는 만큼 대한민국 조선산업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관련 사업 예산 증액 등 정부의 종합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