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모노레일 탈선은 ‘ 저감장치 먹통’ 탓
속보=8명이 크게 다친 경남 통영시 욕지도 관광 모노레일 탈선 사고(부산일보 11월 29일 자 11면 보도 등) 원인으로 ‘차량 속도 제어 장치 오작동’이 지목되고 있다. 비탈에서 차량 속도를 자동으로 줄여주는 ‘저감장치’가 먹통이 돼 사고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통영시는 안전을 100% 담보할 수 있을 때까지 시설 운영을 중단하기로 했다.
통영시와 모노레일 운영사인 통영관광개발공사는 29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발생한 모노레일 차량 탈선 사고 경위와 향후 조치 계획 등을 밝혔다.
급경사 구간서 갑자기 가속
속도 제어장치 오작동 추정
바닥 충돌 피해 불행 중 다행
소프트웨어 오류, 기계 결함
경찰 조사에서 규명 입장 발표
시와 공사에 따르면 욕지도 모노레일은 각 차량에 설치된 카메라 센서와 GPS를 통해 중앙관제실에서 차량 속도와 간격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무인 시스템으로 운행한다.
사고 차량은 하부역사를 50m가량 앞둔 지점에서 돌발 상황을 감지해 자동으로 멈췄다. 센서가 제동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판단해 스스로 차량을 정지시킨 것이다. 이에 관제실에 있던 근무자가 CCTV를 통해 차량 내부와 주변 상황을 확인한 뒤 ‘재가동’ 버튼을 눌렀다.
공사 김혁 사장은 “돌발 멈춤은 자주 있는 현상이다. 새나 나비가 차량 앞을 지날 때, 혹은 안개가 많이 끼는 날이면 스스로 멈춘다. 당시에도 대응 매뉴얼에 따라 조치했다”고 했다.
그런데 완만한 내리막을 지난 차량이 급경사 구간에 진입하자 갑자기 가속도가 붙더니, 하부역사를 15m 앞둔 지점에서 탈선했다. 차량이 최초 정차한 지점은 4~5도 정도, 탈선한 지점은 20도 정도의 급경사였다. 관제실에서 ‘비상 정지’ 할 수 있지만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대응할 틈조차 없었다는 설명이다.
레일에서 튕겨 나가 비탈면에 떨어진 뒤 5m 아래 콘크리트 바닥을 향해 구르던 차량은 역사 한쪽에 마련된 흡연실 구조물 위에 얹혔다. 차량이 그대로 바닥과 충돌했다면 더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김 사장은 “10초 정도 멈췄다가 다시 움직였는데, 출발 1~2초 만에 급가속했다”면서 “그나마 구조물이 완충 역할을 해 준 듯하다”고 전했다.
문제는 제동 장치 작동 여부다. 욕지도 모노레일의 경우, 안전을 위해 시간당 10km 미만의 저속으로 움직이도록 설계됐다. 평소엔 5km/h 내외로 운행한다. 이를 초과하면 차량에 설치된 자동저감장치가 작동해 속도를 낮춘다. 하지만 사고 차량에서 이 장치가 작동하지 않았다. 이 문제가 소프트웨어 오류에서 기인한 것인지, 장치 자체의 기계적 결함이 있었는지는 경찰 조사를 통해 밝혀내야 한다는 게 시와 공사의 입장이다.
반면, 일각에서 제기한 레일 결함은 사고 원인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욕지도 모노레일은 개통 6개월 만인 지난해 6월, 일부 레일에서 이상 변형이 확인돼 한 달 가량 운행을 중단했다. 당시 공사는 변형이 확인된 구간과 변형 우려 구간 레일을 모두 교체한 뒤 운행을 재개했다. 김 사장은 “사고 구간에서 레일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강석주 통영시장은 “상처를 입으신 분들과 가족께 진심 어린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를 숙이고 “사고수습대책본부를 가동고 부상자 치료와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경찰은 시스템 오류, 기계적 결함, 관리 부실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사고 원인을 살피고 있다. 현재 현장 CCTV를 분석하면서 시공사와 운영사 관계자를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 중이다. 30일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으로 정밀 감식을 벌인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