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론 정권 교체 못 한다” 이준석 잠행은 ‘충격 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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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여기까지”라는 말과 함께 잠행 중인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부산, 순천에 이어 2일에는 제주에서 전국 순회 일정을 이어갔다. 대선 레이스 중 당 대표가 자당 후보와 등지는 초유의 사태가 사흘째 이어지는 것이다. 이 대표의 돌발 행보에 대한 추측이 무성한 상황에서 잠행 전후 그를 만난 이들은 ‘계획된 행보’라는 설명을 내놓는다.

이 대표 측 핵심 인사는 이 대표가 ‘당무 보이콧’에 돌입한 지난달 30일 서울 노원구 당협사무실을 찾았는데, 그를 만난 이 대표의 첫 마디는 “이대로는 정권 교체가 안 된다”는 것이었다고 2일 밝혔다. 이 인사는 “이런 식으로는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질 경우, 이 대표가 모든 책임을 뒤집어쓸 수 있다. 좀 더 시간을 갖자”고 권유했지만, 이 대표는 “상관없다”며 담담하면서도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대선을 3개월 앞두고 당 대표의 잠적으로 인한 엄청난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윤 후보 측의 ‘쇄신’을 이끌겠다는 결기로 보였다는 게 이 인사의 전언이다.

‘거듭된 패싱, 더 방치 못 해’ 인식
윤 측근 쇄신 이끌기 계획된 행동
부산→순천→제주도 방문
“홍보비 발언자 인사 조치 필요” 윤석열 지지율 지난주보다 하락

전날(1일) 전남 순천에서 이 대표를 만난 천하람 변호사도 2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이대로 가선 대선에 이길 수 없다(는 위기감이 강했다)”면서 “이 위기감이 해결되지 않는 한 서울로 빈손으로 쉽사리 올라갈 생각은 없어 보였다”고 같은 얘기를 전했다.

이 대표가 잠행을 선택한 결정적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추측이 나오지만, 윤 후보 측의 ‘패싱’ 행태가 누적되면서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인식에 도달했다는 게 이 대표 주변의 판단이다. 선대위 인선에서 윤 후보 측근들의 ‘제 식구 챙기기’가 노골화된 데다, 특히 선대위 홍보미디어본부장을 직접 맡을 정도로 홍보와 2030에서 특장점을 발휘하려고 한 상황에서 손발을 맞춰야 할 공보 파트와 청년 조직에 이 대표와 ‘상극’인 인사들을 잇따라 기용해 ‘이준석 고립화’를 의도한 정황이 역력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날 제주에서 사흘간의 침묵을 깬 이 대표는 자신의 당무 거부에 대한 비판적 시각에 “우리 (윤석열)후보가 선출된 이후 저는 당무를 한 적이 없다”며 “후보의 의중에 따라 사무총장 등이 교체된 이후 제 기억에는 딱 한 건 이외에 보고를 받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고 윤 후보 측의 행태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의도가 담긴 이른바 ‘윤핵관(윤 후보측 핵심 관계자)’의 익명 인터뷰를 짚어 “후보가 배석한 자리에서 ‘이준석이 홍보비를 해 먹으려고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던 인사를 후보가 누군지 아실 것”이라며 “모르신다면 계속 가고, 아신다면 인사 조처가 있어야 할 걸로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윤 후보는 2일 오후 스타트업 정책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이 후보 관련 질문이 나오자 “어느 정도 본인도 좀 리프레시를 했으면(한다). 저도 막 무리하게 압박하듯이 사실 할 생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지방 행보를 ‘한가한 재충전’으로 규정함으로써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의도를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 대선 후보와 당 대표의 이례적인 정면충돌 사태에 대해 당심과 민심은 곱지 않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기관이 합동으로 지난달 29일~1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12월 첫째 주 전국지표조사(NBS) 결과(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에서 윤 후보는 전주 대비 1%P 하락한 34%,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3%P 오른 33%를 기록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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