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교 거부까지 부른 소아 알레르기, 어떻게 잡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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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A(12) 양은 돌 이전부터 시작된 아토피피부염 때문에 몸도 마음도 피폐해졌다. 얼굴과 눈 주위의 습진 때문에 밤마다 가려움증으로 잠을 설치기 일쑤였다. 한창 외모에 관심이 높을 예민한 나이에 발진과 긁힌 상처 투성이 피부가 안겨 준 콤플렉스는 거울 보는 것조차 두렵게 만들었다. A 양은 남들 앞에 나서기를 꺼리는 소극적인 아이가 됐고, 급기야 학교에 가는 것조차 싫어할 지경에 이르렀다. 어떨 때는 음식을 먹으면 가려움증이 심해지는 경우도 있어 고기나 인스턴트식품은 입에 대지도 않다 보니 하위 5% 수준에 이르는 저체중 증세까지 얻게 됐다. 병원에서 처방해주는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면 상태가 호전되는가 싶다가도 그 때 뿐이고, 다시 증세가 반복됐다. 최근에는 눈도 침침해지는 등 없던 증세까지 생기자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한 A양 부모는 소아 알레르기를 다방면에서 종합 진단·관리하는 전문진료센터를 운영하는 부산의 한 종합병원 문을 두드렸다.

아토피피부염, 습진·가려움증 초래
위축된 마음 탓 불면증·우울증도
피부 진단·정신과 치료 받아야
각 분야 전문의 체계적 협진 필요

■피부 케어부터 정신과 상담까지

소아 알레르기 호흡기 분과에서는 우선 A 양의 피부 상태부터 진단했다. 심하게 건조한 피부와 눈, 얼굴의 붉은 발진, 긁은 상처, 손목의 농가진, 두꺼워진 피부 상태 등이 확인됐다. 눈 주위를 심하게 문지르는 습관 탓에 A양의 눈썹은 거의 사라진 상태였고, 밤에 잠을 잘 자지 못해 신경질적이고 예민했다. 스테로이드 연고 바르기를 꺼리는 등 약에 대한 불신도 상당했다.

이에 병원 측은 A양에게 피부 케어 교육을 시행하고, 세정제와 보습제 사용법을 알려줬다. 스테로이드 연고의 안전성을 일깨워주고 올바르게 바르도록 연습시켰다. 특히 눈 주위에는 면역억제 연고로 증상을 완화하도록 했다. 알레르기 검사를 통해 땀이나 먼지, 동물 털 등 악화 요인이 없는지 조사했다.

소아 영양 분과에서는 식이 평가를 통해 A 양에게 비타민 D와 미세 영양소인 셀레니움이 부족하다는 점을 확인했다. 견과류만 피하면 육류나 인스턴트식품은 먹어도 상관없다는 점도 알려줬다.

소아 안과에서는 알레르기 결막염으로 A 양에게 백내장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가려움 때문에 눈을 거칠게 문지르는 행위가 반복되면 각막에 기계적인 자극이 지속적으로 가해져 원추각막이나 백내장, 때로는 망막 박리까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눈과 눈꺼풀의 가려움을 줄이는 알레르기 안약을 처방하고, 백내장이 더 진행되지 않게 관리하도록 했다.

A 양처럼 아토피피부염이나 식품 알레르기가 있는 소아의 경우 실수로 음식을 먹고 나빠질까 하는 불안과 위축된 마음 탓에 우울증이 자주 동반된다. 이에 소아 정신과 상담을 통해 A 양의 잘못된 인식을 고쳐주고 학교생활에 적응할 수 있게 도왔다.

아토피피부염 치료는 최근 개발된 ‘듀픽젠트’라는 표적 생물학적 제제를 사용했다. 이상 반응이 거의 없는 데다 스테로이드 사용을 빠르게 줄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A 양은 2주에 한번 씩 병원을 방문해 듀픽젠트 주사를 맞았다.

■다방면 협진 통해 알레르기 맞춤형 관리

치료 16주차에 들어서자 A 양의 피부는 매끈한 느낌이 들고 밤에 잠도 깊게 들 수 있었다. 눈의 가려움증도 많이 줄었고, 연고도 거의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먹고 싶던 음식을 마음껏 먹다 보니 체중도 늘었고, 표정도 한층 밝아졌다. 자신감이 붙고, 교우관계도 좋아지면서 학교 가기 싫다고 떼쓰는 일도 자연히 줄었다. 알레르기로 인한 긴 고통의 터널이 끝이 보이는 셈이다.

A 양의 경우는 소아전문진료센터의 협진을 통해 알레르기를 관리한 실제 사례이다. 알레르기는 피부에 생기는 아토피피부염이나 두드러기 뿐 아니라 코와 연관된 알레르기 비염, 눈과 관련된 알레르기 결막염, 영양이나 성장과 직결되는 식품 알레르기뿐 아니라 응급 상황을 일으키는 아나필락시스 등 다른 진료과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질환을 팀 체계로 협동해 치료하고, 관리하는 것이 소아 전문진료센터의 운영 취지다.

부산성모병원 소아전문진료센터 황윤하 센터장은 “소아 의료는 과거 진단명에 따라 획일적인 치료를 시행하던 것에서 벗어나 개인별로 전문적이고 정밀한 맞춤형 치료를 제공하는 의료 체계로 변화하고 있다”며 “우리 센터는 각 분야의 우수한 전문의들을 통해 새로운 시대에 발맞춘 정확하고 전문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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