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활보 유기견, 구청은 ‘나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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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산 부산진구의 한 대학 일대에 유기견 무리가 출몰해 학생들과 시민이 불안에 떤다. 신고가 들어오자 구청은 포획에 나섰지만 사실상 시늉에만 그쳐, 학생들과 교수가 직접 대책을 강구하고 나섰다. 늘어나는 유기견에 대한 지자체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2일 동의대에 따르면 최근 대학 일대에 유기견 무리가 활보하고 있다. 코로나 장기화로 대학 뒤편 엄광산을 찾는 시민들이 늘면서 이들이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개들이 한꺼번에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만 6마리의 유기견이 나타난 데 이어 올 초 사냥개로 추정되는 대형견도 등장했다.

동의대 캠퍼스 내 6마리 출몰
사냥개 추정 대형견까지 등장
물고 짖는 일 생겨 ‘불안 확산’
직원 1명 보내 포획 시늉만

유기견들이 늘어나면서 불안감을 호소하는 학생들이 늘었다. 당초 유기견들은 몸집이 작아 학생들이 밥을 챙겨줬지만 몸집이 커지면서 위협이 됐다. 학생들을 물거나 짖는 일도 발생했다. 사냥개로 보이는 대형견마저 등장하자 불안은 더욱 커졌다. 동의대 학생 이지원(21) 씨는 “대학 건물 앞을 유기견들이 활보하다 보니 무서워서 피해 다니는 학생들이 많다”며 “개들이 야성이 강해져 물려고 한다면 학생들이 피할 방법이 사실상 없다”며 우려했다.

이후에도 관련 민원이 계속되자 구청이 나섰으나 소득은 없었다. 구청 측은 지난달 두 차례 학교를 방문했으나 포획틀 설치에 드는 시간 등을 이유로 포획을 미룬 상황이다. 특히 대형견에 대한 민원이 잇따라 최근 유통물류학전공 구경모 교수가 이 개를 직접 구조해 입양하기도 했다.

학교 측 관계자는 “유기견만 대여섯 마리인데 구청 관계자 한 명만 방문해 작은 포획망으로 포획을 시도하려다 실패했다”며 “신고가 계속된다면 학교 자체 방안도 강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부산진구청 등 관계기관에서는 포획을 추진하고 있지만 유기견이 여러 마리인 데다 서식 범위가 넓어 포획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이들은 포획 틀을 추가로 설치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올 10월 금정산 일대에도 들개무리가 발견돼 구청 등 관계기관이 6마리를 포획한 일이 있었다. 동래구와 북구도 올해 들어서만 각각 9마리, 6마리의 들개를 포획했다. 산 등에 반려동물을 유기하는 일이 늘어나면서 유기견이 들개화돼 시민을 위협하는 사례가 빈번해지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유기견 문제가 늘어나는 만큼 지자체의 유기견 관리 체계도 정비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심인섭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대표는 “반려동물 인구는 계속 늘어나는 반면 동물등록제도는 아직 정착이 안 돼 들개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며 “지자체 주도로 포획부터 입양까지 단계를 보다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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