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원 칼럼] 전쟁 같은 대선, 승자는 유권자이어야 한다

임성원 기자 fores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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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실장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윤여정,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 오영수 등 노인들이 한국 배우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지만 국내 노인복지의 현실은 열악하기만 하다. 제93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윤여정, 남우조연상 대니얼 컬루야, 여우주연상 프랜시스 맥도먼드(왼쪽부터)가 미국 LA에서 열린 오스카 시상식 기자회견장 밖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윤여정,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 오영수 등 노인들이 한국 배우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지만 국내 노인복지의 현실은 열악하기만 하다. 제93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윤여정, 남우조연상 대니얼 컬루야, 여우주연상 프랜시스 맥도먼드(왼쪽부터)가 미국 LA에서 열린 오스카 시상식 기자회견장 밖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노인복지정책 토론장에서 삭발하려 합니다.” 전국노인복지단체연합회가 8일 부산일보 대강당에서 개최하는 ‘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노인복지정책’ 토론회에 참석하는 노인 한 분이 전한 말이다. 같은 토론자인 필자를 찾아와 “대선이 코앞이지만 후보들 안중에는 노인이 없다”며 노년 유권자는 집토끼도 산토끼도 아니며, 어린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모든 세대를 위한 공약을 아쉬워했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는가.

우리 나이로 올해 76세인 윤여정 씨가 영화 ‘미나리’로 지난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받은 데 이어 79세인 오영수 씨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올해 골든글로브 남우조연상을 받았다. 한국 배우의 역사를 노인들이 새로 쓰고 있는 ‘노인 한류’의 본무대인 이 땅의 현실은 범죄 스릴러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빼닮았다. 영화 제목 ‘노 컨트리 포 올드 멘’(No Country For Old Men)은 아일랜드 시인 예이츠의 시에서 따왔는데, 삶의 경륜과 지혜가 통하지 않는 부조리한 세상을 뜻한다.


국민 분열·혐오 부추기는 선거판

젠더·세대 갈라치기… 전쟁터 방불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탄식

비호감 대선의 시대정신은 분권

권력의 위험한 쏠림 경계해야

유권자 ‘이성·지성의 투표’ 절실


노인과 바다밖에 없다며 ‘노인과 바다의 도시’로 조롱받는 부산으로서는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2003년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7%를 넘는 고령화사회, 2015년 노인 인구가 15% 이상인 고령사회, 지난해엔 시민 335만여 명의 20%가량인 67만 명이 65세 이상 노인인 초고령사회에 차례로 진입한 부산이다. 부산이 한국 노인복지의 바로미터가 되었지만 노인 인프라는 낙제점 수준이라는 게 부산연구원(BDI)의 보고다.

지금의 대선판을 보노라면 ‘기승전 2030’이다. 이대남(20대 남성)을 비롯한 청년층이 대선 승부처라며 캠프마다 2030 세대를 겨냥한 공약 개발에 혈안이다. 한쪽에서 ‘여성가족부 폐지’ ‘멸공’ ‘병사 월급 200만 원’을 쏘아 올리면 다른 쪽에서는 ‘사시 부활, 정시 확대, 공정 채용’이라는 계층 사다리 보장으로 맞선다. 20대 대선을 계기로 대한민국이 ‘2030을 위한 나라’로 가는 분위기다.

정치적으로 소외되었던 2030이 이번 대선에서 괄목할 만한 약진을 보이는 건 ‘세대포위론’ 영향이 크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세대포위론의 진원지다. 60대 70대 노년층이 국민의힘을 지지하고 있으니 2030 세대를 공략해 더불어민주당 지지 성향의 4050 세대를 포위하자는 것이다. 민주당은 ‘세대포용론’으로 맞불을 놓았는데, 외형상 맞서는 형국이지만 결국엔 한 끗 차이로 2030에 올인하는 모양새다.

‘젠더 갈라치기’와 ‘세대 갈라치기’, 대선은 이제 전쟁을 방불케 한다.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너 그건 아마도 전쟁 같은 사랑’이라는 가수 임재범의 노래 ‘너를 위해’는 이준석의 당대표 수락 연설에서도 등장한 바 있다. “제가 말하는 변화에 대한 거친 생각들, 그걸 바라보는 전통적 당원들의 불안한 눈빛, 그걸 지켜보는 국민들에게 우리의 변화에 대한 도전은 전쟁과도 같은 치열함으로 비쳐질 것이고 이 변화를 통해 우리는 바뀌어서 승리할 것입니다.”

3·9 대선이 다가올수록 세대 간의 골은 깊어지고 성별로도 서로를 적대시한다. 지지자들은 SNS에서 떼를 지어 몰려다니며 진영논리를 전파하기에 바쁘다. 소통과 통합은 멀어지고 분열과 적대만 날을 세우는 판이다. 정치권이 국민의 분열을 조장하고 서로를 혐오하고 적대시하라고 부추긴다. 전쟁, 동족상잔의 전쟁도 이런 식으로 백주에 일어날 수 있겠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이즈음이다.

권력에 눈이 멀대로 먼 정치권에는 더 기대할 게 없다. 유권자가 나서 분열과 갈등, 혐오와 적대의 선거판을 갈아엎어야 한다. 그러자면 한쪽으로 권력이 쏠리는 것을 극히 경계해야 한다. ‘비호감 대선의 시대정신은 분권’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승자 독식의 제왕적 대통령제를 뜯어고치고 지방자치분권을 보장하는 등 ‘87년 체제’를 바꾸는 개헌이 발등의 불이라는 게 이번 대선의 교훈이다.

당장에는 유권자가 이 전쟁 같은 대선의 최종 승자가 되려면 ‘인간의 뇌’를 활성화할 일이다. 사람의 뇌는 ‘파충류의 뇌’ ‘포유류의 뇌’ ‘인간의 뇌’라는 3개 층으로 나뉜다고 한다. 정치학자나 정신분석가는 선거 때 유권자들이 감성에 호소하는 포유류의 뇌나 생존 본능의 파충류의 뇌에 영향받기 쉽다고 한다.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인간의 뇌에 ‘온(On)’ 버튼을 켜야 본능과 감정에 휩쓸리는 작금의 대선판을 바로잡을 수 있다.

삶의 경륜과 지혜가 빛을 발하고 상식과 공정이 통하는 노인의 나라. 그 나라는 노인만의 나라가 아니라 어린이에서 청소년, 청년, 장년, 노년에 이르기까지 각 세대가 하모니를 이루는 이성과 지성의 나라다. 이성과 지성으로 무장한 유권자들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있다’고 외쳐야 할 때다.


임성원 기자 fores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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