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와 소통… 세상을 향한 여섯 가지 ‘감각과 시선’
세상을 향한 여섯 개의 감각과 여섯 개의 시선을 담은 전시가 열린다.
맥화랑 기획전 ‘감각과 시선’은 1980~1990년대 생 여성 작가 6인의 작품을 소개한다. 비슷한 시기에 나고 자란 여성 작가들이 세상을 어떻게 감각하고,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감각과 시선’전에는 김민송, 노은희, 박성옥, 송남규, 이수영, 하리 작가가 참여한다.
김민송 작가는 기억 속 한 장면을 이미지화하는 작업을 한다. 끝없이 펼쳐진 사막과 수천 년을 견딘 나무 등 여행지에서 본 자연에 대한 기억을 담아낸다. 작가는 “대자연에 대한 기억은 인간은 우주에서 아주 작은 존재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다”며 “자연에서 느낀 경이로움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림 속 어둠은 실체를 감추는 역할을 한다. 어둠 속에서 빛을 발하는 이국적 식물은 이정표처럼 관람객을 신비롭고 새로운 감각으로 인도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수채화 작품도 한 점 선보인다.
1980~1990년대 생 여성 작가
풍경과 사람 등 주제로 전시
13일까지 해운대 중동 맥화랑
노은희 작가는 전통적 기법과 금박, 자개 등을 이용한 작업으로 ‘모던한 한국화’를 선보인다. 작가는 한지에 세필로 먹선을 그어서 바탕을 만든다. 선을 쌓고 먹색을 쌓은 바탕 작업에 호분이나 금박, 은박으로 빛의 느낌을 표현한다. 자개를 잘게 부숴서 붙이기도 한다. 작가에게 빛은 희망을 의미한다. 작가는 “빛이라는 것이 큰 것도 있지만 작은 빛들, 사람을 살아갈 수 있게 만들고 살아내게 만드는 그런 빛을 표현하고 싶다”고 밝혔다.
박성옥 작가는 사람들 마음속에는 다 크지 않은 소년과 소녀가 존재한다고 믿는다. 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한 작가는 섬세한 연필 드로잉 작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종이 위에 얇은 연필로 사각사각 그려내는 작업 과정은 작가에게는 수행과 같다. 이미지의 완성에 목표를 둔 것이 아니라, 작업에 몰두하는 과정을 통한 수행의 결과로서 그림을 완성한다.
송남규 작가는 주변 풍경 속에서 삶의 이야기를 찾는다. 이번 전시에서는 도시 풍경에 어우러진 자연의 사계를 인생의 사계에 비춰 삶의 희망을 표현한 작품을 공개한다. 작가는 장지에 분채 물감을 반복해서 칠해 자연이 가진 색의 깊이를 나타낸다. 그 위에 수행하듯 세필로 먹선을 긋고 채움과 배움으로 이미지를 표현한다. 작품 속 추위를 뚫고 피어나는 동백이나 어두운 밤을 밝히는 목련은 코로나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이들에게 보내는 위로의 메시지다. 작가는 “관람객들이 자기 삶의 계절을 돌아보는 시간을 보내시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이수영 작가는 일상에서 멈춰서게 히는 장면이나 사라져가는 풍경을 기록한다. 작가는 “한지 위에 분채를 쌓아 올리는 기법을 사용한다”며 “담고자 하는 장면과 가장 닮아있는 재료라서 놓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에 작가는 목욕탕 시리즈를 보여준다. 작가에게 목욕탕은 따뜻한 기억의 공간이다. 그는 “요즘 (코로나로) 가기 힘든 공간이라서 애틋한 마음으로 작업을 한 것 같다”라고 밝혔다. 목욕탕의 공용 치약이나 때 미는 장면까지 꼼꼼하게 표현해 기억 속 한때를 마주하는 정겨움을 준다.
하리 작가는 사람을 주제로 작업을 한다. 작가는 사람이 모이는 일상 속 풍경을 찍어서 페인팅으로 표현한다. 작가는 “소통이 단절되고 삭막해져 가는 사회에 사는 지금 우리는 어떠한지, 그 모습을 알고 있는지, 타인에 관심을 가지자는 뜻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작가는 모노톤으로 도시의 모습을 그려낸다. 작품 ‘우리..대화2’처럼 소통 없는 지금 시대의 대화를 표현한 작품도 있다.
‘감각과 시선’ 전시는 부산 해운대구 중동 달맞이길에 위치한 맥화랑에서 3월 13일까지 진행된다. 051-722-2201.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