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가 안 잡힌다” 조업 조기 종료 어선 는다
오징어 어군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평소보다 조업을 일찍 접는 오징어 배가 크게 늘어났다. 고수온 탓에 조업구간에 나타나는 어군이 줄어들었기 때문인데, 이에 지난달 오징어 가격도 평년에 비해 40%가량 높아졌다.
13일 대형기선저인망수협과 근해트롤어업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조업을 중단하는 ‘철망’을 신청한 트롤 배가 전체 배 중 절반 가량인 45%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통상 오징어 조업은 연중 진행되지만, 주로 어한기(물고기가 잘 잡히지 않는 시기)가 시작되는 3월에 철망을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보다 빠르게 이미 지난달 이미 45%가량의 배가 조업을 접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통상 어한기 시작 3월에 신청
트롤 45% 지난달 ‘철망’ 의사
고수온 탓에 어군 형성 안 돼
생산량 줄자 가격도 대폭 올라
업계 “조업 한계선에 더 힘들어”
근해트롤어업협회에 소속된 배는 27척인데, 이 중 오징어를 주 어종으로 하는 트롤(바다 밑바닥으로 끌고 다니면서 깊은 바닷속의 물고기를 잡는 그물) 배는 23~24척가량 된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3월 들어 조업을 중단하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는데, 올해는 유독 빠르다. 2월에 협회 소속 45% 가량의 오징어 트롤 배가 조업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며 “유류비도 증가한데다가, 조업구역에 오징어가 잡하지 않으면서 유난히 올해 일찍 조업을 접은 배가 많은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작년 11월부터 계속되고 있는 어황 부진으로 지난달 오징어 생산량은 작년 및 평년 동월에 비해 각각 25.9%와 58.8% 줄어들었다.
생산량이 줄어든 탓인지 위판 물량도 줄어드는 추세다. 전국에서 오징어 위판 물량이 가장 많은 부산국제수산물공판장의 수치에서도 나타난다. 부산국제수산물 공판장의 연근해 오징어 위판량은 2016년 2만 8744t이었다가 2017년 1만 7713t, 2018년에는 7162t으로 까지 떨어졌다. 2019년 8393t으로 소폭 증가했다가 지난해는 6429t까지 감소했다.
KMI 측은 수온이 3~5도 오르는 고수온 현상이 지속되면서, 오징어들의 어군이 먼바다로 흩어지면서 조업이 가능한 구간에 어군이 형성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작년과 재작년 새끼 오징어 개체수를 비교한 결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 절대적인 개체수가 줄어든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생산량이 줄어든 탓에 오징어 가격도 올랐다. 오징어(신선냉장)의 소비자 가격은 지난달에 kg당 2만 1493원으로 전월 대비 4.6%로 상승했고, 작년 및 평년 동월에 비해서도 각각 6.9%, 40.6% 높았다. 지난달 오징어(냉동) 소비자 가격도 전월 대비 3.0%가량 높았고 작년 동월보다 2.2%, 평년에 비해서도 23.4%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계 관계자는 “오징어 어군이 거의 형성되지 않아 빨리 조업을 철수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수온 문제에다가 100년 전 만들어진 동경 128도 조업 한계선 탓에 업종간 불평등이 더해지면서 업계는 더욱더 힘이 드는 상태다”고 전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