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단비… ‘역대 최장’ 울진·삼척 산불 마침내 진화
역대 최장 기간 이어진 동해안 산불이 13일 오전 드디어 꺼졌다. 이날 오전 전국에 단비가 내리면서 전국적으로 이어졌던 산불이 마침내 진화될 전망이다. 완전 진화 하루 만에 다시 불이 났던 부산 아홉산의 상황도 종료됐다.
13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울진·삼척 산불의 주불이 13일 오전 9시께 잡혔다. 지난 4일 오전 11시 17분 산불이 발생한 지 213시간 43분 만이다. 1986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역대 최장 기간으로 기록된 2000년 강원 동해안 산불(191시간)을 훌쩍 뛰어넘었다.
213시간 43분 만에 주불 진화
축구장 3만 4930개 넓이 피해
부산 최장 ‘아홉산’도 상황 종료
재발화 반복돼 산림 20ha 태워
이날 오전 6시를 기준으로 동해안 산불 전체 산림 피해 추정 면적은 울진 1만 8463ha, 삼척 2369ha, 강릉 1900ha, 동해 2100ha 등 2만 4940ha다. 축구장 3만 4930개 넓이로, 역시 지금까지 가장 피해 면적이 넓었던 2000년 동해안 산불의 2만 3794ha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주택 388채, 공장·창고 193곳, 농업시설 227곳, 종교시설 등 90곳을 포함해 908곳의 시설물이 피해를 봤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
울진·삼척 산불의 주불 진화를 끝낸 산림당국은 오랜만에 내린 비 덕분에 잔불 진화 체제로 전환했다. 주불은 껐지만 피해 면적이 넓은 데다가 장시간 산불이 이어진 응봉산 일대에는 불씨가 아직 많이 남아있어 완전 진화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산림당국은 이번 울진·삼척 산불이 이어진 10일간 누적 기준 헬기 1212대를 투입했다. 인력은 6만 9698명이 동원됐다. 산림 피해 면적은 불이 완전히 꺼진 뒤 정밀 조사를 거쳐 확정될 전망이다.
지난 11일 오전 5시 27분에는 부산 금정구 아홉산 6부 능선에서도 또다시 불이 나 1시간여 만에 불길을 잡았다. 부산소방본부는 이번 화재를 지난 10일 앞선 화재가 완전 진화된 뒤 타다 남은 불이 다시 붙어 일어난 ‘뒷불’로 정의했다.
아홉산은 지난 2일 오후 처음 불이 난 뒤 여러 차례 재발화를 반복하면서 9일간 이어졌다. 부산에서 발생한 산불 중 최장 기간이다. 3600명의 인력이 투입됐고 산림 20ha가 불에 탔다.
아홉산 불이 이처럼 장기간 이어진 것은 기록적으로 강수량이 적어 건조한 날씨 탓이다. 이번 겨울철(지난해 12월~올해 2월) 부울경 강수량은 3.1mm로 평년 대비 2.9% 수준이다. 이는 1973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여기다 아홉산은 절벽, 암벽 등 급경사가 많아 소방인력의 접근 자체가 쉽지 않다. 또 낙엽이 두껍게 깔려 있어서 깊숙이 들어간 불씨를 끄는 일이 힘겹다.
부산에서 발생한 산불 중 가장 큰 피해를 낸 산불은 2018년 1월 1일 발생한 기장군 삼각산 화재다. 이 불은 6일 만에 진화됐고, 산림 65ha를 태웠다. 가장 많은 인력을 투입한 산불은 2019년 발생한 해운대구 운봉산 산불이다. 이 산불로 산림 60ha가 불에 탔고 7975명의 인력이 투입돼 7일 만에 완전 진화에 성공했다.
부산소방본부 관계자는 “올해처럼 두 손 모아 비를 기다려 본 적은 처음인 것 같다”며 “산불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히므로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