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 결제 금액, 3년 새 15배 이상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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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 동안 ‘서학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의 결제 금액이 15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 투자 시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제한 없는 주가 변동, 결제 지연 등에 유의해야 한다.

2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18년 말 46억 6000만 달러(약 5조 7845억 원)였던 미국 주식 투자 금액은 지난해 약 677억 8000만 달러(약 84조 1353억 원)로 13.5배 증가했다.

또 매수액과 매도액을 합친 결제 금액은 같은 기간 224억 7000만 달러(약 27조 8268억 원)에서 3700억 5000만 달러(약 458조 1959억 원)로 15배 넘게 증가했다.

2018년 27조대 → 지난해 458조대
미국 주식 87% ‘쏠림 현상’ 심화
올 들어 미 증시 국내외 악재로 휘청
국내와 달리 무제한 주가 하락 구조
현지 정보 취득·대응도 제한 ‘요주의’

미국 주식으로의 쏠림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실제, 예탁원이 보관 중인 전체 주식 중 미국 주식의 비중은 2018년 말 47%에서 지난해 말 87%까지 40% 가량 증가했다. 또 올해 들어서도 미국 주식의 비중은 87%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미국 기술주의 성장, 글로벌 양적 완화, 투자 채널 확대 등에 힘입어 미국 주식 투자 금액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지난해 가파르게 증가하던 미국 증시에도 올 들어 위기가 닥쳤다.

올해 초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상과 긴축 정책으로 미국 3대 지수는 흔들거리며 하락하기 시작했다. 여기다 최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하락 폭은 더욱 커졌다. 올해 들어 미국 주요 지수인 다우존스30산업지수가 8.3% 하락했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11.4% 떨어졌다. 특히 서학개미가 꾸준히 담았던 테슬라, 애플, 엔비디아 등이 속해있는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도 급락했다.

이처럼 미 증시가 국내외 악재로 크게 휘청거리는 점을 감안해 예탁결제원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투자 시 주의가 필요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우선 미국 주식시장이 국내 시장과는 구조적 차이가 있어 갑작스러운 주가 변동이나 결제 지연 등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

국내 주식시장은 위 아래로 30%의 일일 가격 제한폭이 있는 반면 미국 주식시장은 일일 상·하한가 제도가 없어 다양한 시장 변수에 의한 갑작스러운 주가 변동이 가능하다. 또 미국과의 시차로 인해 국내 투자자의 현지 정보 취득과 대응이 제한돼 있어 무제한으로 주가 하락 위험에 노출돼있다. 실제, 러시아의 최대 인터넷 기업인 얀덱스(Yandex)는 지난달 24일 하루 만에 주가가 40.3% 폭락하기도 했다. 또 결제 주기를 엄격히 관리하는 국내와 달리 미국 주식시장은 결제 지연이 국내보다 자주 발생하고 있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 증시는 시장 상황에 맡겨두는 편이라 국내 증시와 달리 변동 폭이 크고 또 언제 급락이 이뤄질지 판단하기가 어렵다”며 “특히 결제 지연 등도 자주 발생해 투자자들을 당혹스럽게 할 때도 많다”고 말했다.

여기다 예탁원은 상장폐지와 매매 제한, 고율 과세 가능성도 유의해야 할 점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주식시장은 국내와 달리 가격 흐름에 의한 상장폐지제도가 있다.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지정학적 이슈로 인해 매매 제한 등 예상치 못한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달 말에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러시아 관련 기업의 주식이 매매 중단 조치되기도 했다.

동일한 배당소득세(15.4%)를 적용하는 국내와 달리 증권 유형에 따라 30% 이상의 고율 과세나 추가 과세가 가능한 점도 미국 투자 시 유의 대상이다. 예탁원 관계자는 “예탁원은 보관기관 재평가, 업무 자동화, 제도 변화 대응 등 외화증권 투자지원 서비스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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