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컵 대안 모델 ‘부산 E컵’ 정착까지 갈 길 멀다
코로나19로 유예됐던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 규제가 재개되면서 부산시가 ‘부산 E컵’이라는 다회용 컵을 자체 대안으로 내놓았다. 현장에서는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환경부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이 시행되면서 카페·식당 등 식품접객업 매장 내 일회용품 사용이 금지됐다. 오는 6월 10일부터는 일회용 컵에 300원의 보증금이 붙고, 11월 24일부터는 일회용품 규제 대상이 늘어나 비닐봉지와 플라스틱 빨대 사용도 금지된다. 다만 코로나19 상황이 개선될 때까지 과태료 부과 대신 안내 중심의 계도를 진행할 계획이다.
매장 내 일회용품 규제는 2018년 8월부터 시행됐다가 2020년 초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한시적으로 유예됐다. 그동안 플라스틱 폐기물의 양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0년 전국적으로 배출된 폐합성수지류(플라스틱)은 251만t으로, 코로나 전인 2018년 145만t, 2019년 131만t에 비해 배 가까이 늘었다. 부산의 경우 연간 일회용 컵 사용량은 약 1억 6500여 개에 달한다.
시, 친환경 다회용 컵 사업 시행
지정 수거함 반납 등 불편 지적
이달부터 매장 내 일회용품 금지
부산시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기 위한 자체 캠페인의 일환으로 지난해 10월부터 부산지역 스타트업 ‘그린업’과 연계해 일회용 컵의 대안 모델인 ‘부산 E컵’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부산 E컵은 재생 가능한 친환경 소재 폴리프로필렌(PP)로 제작된 다회용 컵으로, 200회 정도 사용 가능하다. 사용 수명이 다 되면 자동차 부품, 장난감 등으로 재활용된다.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 E컵’을 사용하는 부산지역 카페는 현재 부산시청 인근 카페를 중심으로 총 49곳, 이용자는 2516명이다. 부산시는 올해 안에 해운대구, 남구, 수영구를 중심으로 가맹점을 확장할 방침이다.
현장에서는 정착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반응이다. ‘부산 E컵’ 가맹점인 한 카페 사장 박 모(48) 씨는 “시청 근처이다 보니 점심 시간에 짧게 카페를 이용하는 공무원이 많아 일회용 컵을 제공할 수밖에 없다”며 “지자체에서 청사 내 일회용품 사용 금지와 적극적인 홍보 등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야 사업이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정 모(27·연제구) 씨도 “다회용 컵을 사용하는 매장도 많지 않고 지정 수거함에 반납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며 “텀블러를 사용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산시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올해 6월 전에 시청 내 일회용품 사용 금지를 시행해 공공기관이 앞장서서 다회용 컵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며 “지역 자활센터와 연계해 가맹점 대상 카페를 확장해서 E컵 사용자도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
부산 연제구의 한 카페 안에 쌓여있는 다회용 컵 ‘부산E컵’(왼쪽)과 사용하고 난 ‘부산E컵’을 반납하는 모습. 그린업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