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교 30주년, 지역 기업의 카자흐스탄 투자 이끌어 낼 것”
이상훈 주울산 카자흐스탄 명예영사
“보드카 하나에도 열정과 예술혼이 느껴집니다. 아름답다는 생각이 먼저 들죠.”
부산에서 오랫동안 러시아와 CIS(옛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국가연합)를 상대로 무역을 해 온 이상훈 부산전문무역상사협의회 회장은 한마디로 카자흐스탄 ‘찐팬’이다.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카자흐스탄을 화두로 대화를 풀어가려는 열정을 숨기지 않는다. 술을 잘 마시지도 않지만 카자흐스탄과 관련된 것이라면 보드카 병에 그려진 그림 하나만으로도 10여 분의 담론을 이어갈 정도다.
부산전문무역상사협의회 회장
영남권 거주 카자흐스탄 노동자 후원
경제 이어 문화·스포츠 교류 기대
카자흐스탄에 대한 그의 사랑과 열정은 명예영사 임명으로 이어졌다. 지난 13일 주울산 카자흐스탄 명예영사로 취임했다. 하루 앞서 개설된 주부산 카자흐스탄 총영사관의 아얀 카샤바예프 총영사를 도와서 양국 교류를 확대하는 임무를 맡았다. 특히 영남권에 거주하는 카자흐스탄 노동자들의 한국 생활을 돕고, 지역 기업들의 카자흐스탄 투자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그는 포부를 밝혔다.
“카자흐스탄과의 인연은 15년이 넘었습니다. 주로 무역을 매개로 했지만, 그동안 30여 차례 카자흐스탄을 찾았지요.” 그는 카자흐스탄이 다양한 매력을 가진 국가라고 추켜세웠다. 인구는 2000만 명으로 많은 편이 아니지만 국토 면적이 한반도의 12배에 달할 정도로 광활해서 자원이 풍부하다고 소개했다.
“러시아에서 독립한 국가들 중에서 경제 성장이 가장 빠르고 정치적으로도 안정돼 있습니다. 다민족 국가임에도 민족 간 갈등이 거의 없고, 한국에 대해서도 우호적입니다.” 그럼에도 정작 한국에는 카자흐스탄의 이런 매력이 잘 알려지지 않았다면서 아쉬움을 나타냈다.
두 나라는 올해 수교 30년을 맞았다. 하지만 무역 규모는 아직 걸음마 단계다. 지난해 기준으로 수출 8억 달러, 수입 24억 달러에 그치고 있다. “주로 자동차와 화장품, 합성수지가 수출되고, 원유와 우라늄, 고철과 같은 원자재가 수입됩니다. 하지만 카자흐스탄 경제가 성장을 거듭하고 있어서 양국 무역 규모도 급격히 커질 수 있습니다.”
그는 특히 부산을 포함한 영남권에서 카자흐스탄과의 교류에 관심을 많이 가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주부산 총영사관과 투자유치센터 설치, 영남권 명예영사 임명 등의 조치에 대한 화답 차원에서다. 국내에 유입된 카자흐스탄 교민의 5분의 1이 영남권에서 노동자로 일하거나 거주할 정도로 양측의 인연도 깊어졌다. 그도 영남권 기업들을 주축으로 한 무역사절단을 구성해 카자흐스탄을 직접 찾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앞서 바?? 듀쎈바예프 주한 카자흐스탄 대사를 초청해 투자 설명회를 여는 데에도 그는 일조했다.
하지만 좋은 관계가 오랫동안 지속되려면 경제 협력 못지않게 문화와 스포츠 교류도 활발해야 한다. “우리나라에 K팝이 있는 것처럼 카자흐스탄에는 Q팝이 있습니다. 카자흐스탄 보이와 걸그룹은 CIS 권역에서 꽤 유명합니다.” 문화적 교류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 회장은 1991년 소련 붕괴에 즈음해서 자동차 윤활유로 러시아 무역을 시작했다. 15년 전부터 카자흐스탄을 중심으로 하는 CIS로 무역 범위를 확대했는데, 지금은 카자흐스탄에서만 매년 100만 달러 이상의 수출 실적을 올리고 있다.
그는 무역과 선박 용선업 등을 하는 동광무역상사(주)와 동광트라이톤(주), 두 기업을 경영하고 있다.
백현충 선임기자 choo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