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덕수 인준 표결, 정권 초기 고려해 양보로 풀어야
국회의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안 투표가 20일 오후 진행된다. 결정권은 167석의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쥐고 있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 개최에 앞서 의원총회를 열고 최종적인 표결 방향을 결정할 계획인데, 아무래도 부결 쪽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윤석열 대통령이 민주당이 그토록 반대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하면서 한 총리 후보자를 낙마시켜야 한다는 강경론이 힘을 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자칫 국민에게 새 정부 출범에 발목을 잡는다는 인식을 심어 줘 역풍이 불 수도 있다. 이 경우 민주당으로선 득보다 실이 더 클 수밖에 없다.
새 정부 출범 발목 잡기 역풍 불 수도
민주당, 민생 도모하는 큰 정치 해야
민주당은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현 단계에서 여야 갈등을 증폭시킨 원인 제공자는 윤 대통령이다. 국회 시정연설에서 ‘협치’의 제스처를 취한 지 불과 하루 만에 한 장관을 그대로 임명했으니, 민주당으로선 배신감을 느꼈을 법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너도 한 번 당해 봐라’는 식으로 총리 후보자를 낙마시킨다면 국정은 파행으로 치달을 테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간다. 비난의 화살이 오히려 민주당에게 집중될 공산이 크다. 최근 한 조사에서도 한 후보자 인준 찬성 여론이 반대 여론보다 크게 앞섰다. 그렇게 보면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에게 한 후보자 인준은 돼도 좋고 안 돼도 좋은 꽃놀이패일지도 모른다.
이미 민주당 내에서도 신중론이 심심찮게 제기되고 있다.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은 “대통령이 처음 출발하는 상황이라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인준안 부결에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상황이 녹록하지 않음을 간파한 것이다. 총리 인준과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문제를 연계하자는 주장도 나오지만 이는 정도가 아니다. 장관 후보자 적격 여부를 정치적 흥정으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 더구나 지금 돌아가는 형편을 보면 한 후보자든 정 후보자든 모두 한 장관 임명을 위한 ‘버리는 카드’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남이 버린 카드를 얻는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18개 부처 장관 중 현재 16명이 임명됐다. 여기에 총리만 인준되면 내각은 사실상 궤도에 오르게 된다. 민주당이 목표로 했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 철회’는 이미 물 건너갔다. 이 마당에 새 정부의 첫 총리 후보자를 낙마시키는 모양새는 보기 사나울 뿐이다. 국민은 직전 여당이었던 제1 야당이 실익 없는 작은 싸움에 연연하기보다 민생을 도모하는 큰 정치를 하길 바란다. ‘초당적 협력’을 먼저 실천하는 건 그런 큰 정치의 첫걸음일 테다. 전략적 차원에서도 정부 출범에 협조하는 게 향후 정국의 주도권을 선점하는 길이다. 육참골단(肉斬骨斷)이라고 했다. 작은 걸 양보하고 더 큰 걸 얻는 지혜가 지금 민주당에게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