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반구대 암각화, 세계유산 등재 ‘급제동’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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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대암각화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해 이 일대를 세계적인 관광지로 업그레이드하려는 울산시의 계획이 문화재위원회의 보류 결정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수면 위로 드러난 반구대암각화와 암각화에 새겨진 귀신고래 형상(오른쪽). 부산일보DB 반구대암각화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해 이 일대를 세계적인 관광지로 업그레이드하려는 울산시의 계획이 문화재위원회의 보류 결정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수면 위로 드러난 반구대암각화와 암각화에 새겨진 귀신고래 형상(오른쪽). 부산일보DB

2025년 세계유산 등재를 노리는 국보 반구대암각화가 국내 후보군을 추리는 문화재청 심사에서 ‘보류’ 결정을 받아 울산시에 비상이 걸렸다. 세계유산으로서 한눈에 들어오는 새로운 명칭이 필요하고, 실질적 보존대책 또한 여전히 미흡하다는 이유에서다.

문화재청 자문기관인 문화재위원회는 최근 ‘대곡천 암각화군(반구대 계곡 암각화)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신청 후보 선정’ 건을 심의한 결과, 참석 위원 7명이 전원 ‘보류’ 결정을 내렸다고 16일 밝혔다.

반구대암각화가 세계유산에 등재되려면 국내 관문부터 통과해야 세계유산센터에 신청서(초안)를 제출할 수 있다. 국내 절차는 ‘잠정목록→우선등재목록→등재신청후보→등재신청대상’으로 진행하는데, 반구대암각화가 3단계인 후보 자격에 도전했다가 미끄러진 것이다. 그렇다고 탈락을 의미하는 미선정은 아니어서 차후 재심의를 받아야 한다.

첫 관문인 문화재청 심사서 ‘보류’ 결정

실질적 보존대책 마련 등 숙제 떠안아

이번 심의에서 문화재위원회는 대곡천 암각화군에 대한 ‘실효성 있는 보존관리대책’을 가장 미흡한 점으로 꼽았다. 울산시가 추진하는 ‘사연댐 수문 설치’로 유산의 완전성과 진정성이 어떻게 유지되는지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반구대암각화는 사연댐 상류에 위치해 큰비만 오면 물에 잠기기 일쑤인데, 시는 항구적 보존책으로 사연댐 여수로에 수문을 달아 암각화 침수를 막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화재위원회는 또 잠재적 위협 요소인 기후변화 부분과 세계유산 등재 이후 보존·관리계획도 누락했다고 지적했다. 유네스코가 중시하는 세계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Outstanding Universal Value)’를 어떻게 보존·관리할지 전반적으로 세심하게 보완하라는 얘기다.

문화재위원회는 반구대암각화의 영문 명칭 ‘Petroglyphs in the Bangudae Valley’를 세계인이 누구나 쉽게 위치를 인지하고 이해하도록 변경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문화재위원회는 특히 “세계유산 보존에 대한 인식 변화, 그리고 보존관리계획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주민과 지자체 등이 서로 대화로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수적”이라며 “유네스코가 세계유산 등재 과정에서 권장하는 사항인 만큼 강조해 서술할 필요가 있다”고 요구했다.

문화재위원회의 보류 결정에 따라 울산시가 목표한 2025년 세계유산 등재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반구대암각화 세계유산 등재를 울산관광 활성화의 계기로 삼으려는 울산시의 계획에도 대폭 손질이 필요하다. 울산시 세계유산추진단 관계자는 “세계유산센터가 매년 1개 국가에 1개 등재신청서를 심의하고 탈락 시 5년간 신청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보니 문화재위 심의가 깐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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