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같았던 100일, ‘완전히 다른 대학’으로 만들겠습니다”
김대식 경남정보대 총장
“아침 7시에 출근해 학교 건물들부터 한 바퀴 둘러봅니다. 취임한 지 100일 지났는데 한 3년은 된 것 같아요.” 지난 14일 부산 사상구 경남정보대학 접견실에서 만난 김대식 총장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과부터 소개했다.
“밤에 잠들 때면 빨리 아침이 왔으면 좋겠어요. 출근해서 해야 할 일이 많으니까요.” 김 총장은 33년 전 교수가 됐을 때처럼 설레는 마음으로 5분 10분 단위로 쪼개 업무를 본다고 했다. 그의 학교 사랑엔 이유가 있다. 20대 청년 시절 꿈을 키운 곳도, 첫 교수 생활을 시작한 곳도 이 대학이다. 57년 역사, 13만 명 동문 중 최초로 올 3월 모교 총장이 됐다.
57년 역사, 13만 동문 중 첫 총장
동문·재학생 가교역할 ‘세일즈 총장’
“쌓아온 네트워크·경륜 쏟아부을 것”
김 총장이 취임하며 내건 슬로건은 ‘유일한 전문대학, 완전히 다른 대학’(Only&Totally Different)이다. 그는 “모교 출신 총장인 만큼 대한민국 곳곳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동문과 재학생들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이들의 자긍심을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를 ‘세일즈 총장’이라 부른다. 전국 기업을 찾아다니며, 경남정보대를 알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특강 요청이 들어오면 5분짜리 ‘학교 홍보영상 시청’이 필수다. 김 총장은 “전국 174개 상공회의소를 다 찾아다니며 세일즈를 할 계획”이라며 “이젠 대학 총장도 학교에만 있으면 안 되고, 전 세계 방방곡곡을 발로 뛰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세일즈 행보에 벌써 여러 성과가 나오고 있다. 교육부 지원사업인 ‘전문대 링크(LINC) 3.0’ ‘전문대학 혁신지원사업’ ‘고등직업교육거점지구사업’에 잇따라 선정되며 3관왕을 달성했다. 이들 사업으로 확보한 국비만 200억 원이 넘는다. 대학발전기금 기탁액도 취임 이후 33억 원을 돌파했다. 최근엔 삼성중공업, 토요코인 호텔과 MOU(양해각서)를 체결했고, 베트남 다낭대학교와 현지 대기업 FPT 그룹과의 교류도 추진 중이다. 김 총장은 “교수와 직원들을 비롯한 학교 구성원 모두가 도와준 덕분이다”며 모든 공을 교직원들에게 돌렸다.
학내 소통을 중시하는 김 총장의 접견실 모니터엔 마침 ‘투톡데이’ 화면이 떠 있었다. 투톡데이는 ‘튜즈데이 토크(Tuesday’s Talk)’의 줄임말로, 매주 화요일 교직원과 교류하는 시간이다. 생일이면 축하 메시지와 함께 자비를 들여 커피 쿠폰도 선물한다. 접견실 선반 위엔 사진 액자도 여럿 놓여 있다. 총학생회, 동아리, 서포터즈 등 학생들과 만난 기록이다.
김 총장은 지도자의 중요 덕목으로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꼽는다. 그는 지역대학 위기를 타파할 해법으로 지·산·학(지자체·기업·대학) 협력을 통해 ‘역량 있는 전문인재를 4년제 대학보다 빨리 배출하기’를 제시했다. 최근 3년 동안 665명의 졸업생이 대기업에 취업했는데, 올해는 한 해 목표를 500명으로 세웠다. 이를 위해 전국에서 최초로 클라우드 시스템학과를 신설해 내년부터 신입생 30명을 모집하고, 기존 반도체과 정원도 30명에서 40명으로 늘렸다. 전자과 60명까지 더하면 4차 산업혁명 관련 인재만 연간 130명씩 육성하는 셈이다. 이에 더해 ‘취업보장형 주문식 교육’으로 대기업 취업과 해외 취업까지 연계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계획이 성사되면 전국 전문대학 중 최초 타이틀을 단다.
김 총장은 평생 106개국을 드나들며 모은 기념품 576점도 학교에 기증했다. 올 하반기에 전시관을 겸한 카페가 문을 여는데, 장소를 도서관 건물로 정했다. 공부하던 후배들이 전시품을 보며, 세계 각국을 누비는 꿈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그동안 쌓아온 네트워크와 경륜을 임기 동안 이 대학에 모두 쏟아붓고 떠날 생각입니다.”
김 총장은 경남정보대를 졸업하고 한양대와 일본 교토 오타니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뒤 1989년 경남정보대 교수로 부임했다. 대한일어일문학회와 한국일본학연합회 회장, 제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차관급인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황조근정훈장 등을 받았고, 동서대 교수와 대외협력부총장을 거쳐 올 3월 경남정보대 제11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사진=이재찬 기자 c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