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조작 vs 4대 근거… ‘피살 공무원 월북’ 공방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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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0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0년 9월 발생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확산일로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의 ‘월북 공작’으로 규정하고 20일 당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 활동을 본격화하는 등 대야 공세의 고삐를 바짝 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해당 사건 ‘뒤집기’에 대해 정치적 의도를 담은 ‘신색깔론’ 프레임으로 맞서면서 여당의 관련 정보 공개 요구에 대해서도 “할 테면 해 보자”며 ‘강 대 강’으로 맞선다.

여야는 이날 논란의 핵심인 당시 정부의 ‘월북’ 판단 근거를 두고 치열한 진실 공방을 벌였다. 문재인 정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MBC 라디오에 출연해 당시 해경의 월북 의도 판단과 관련, △피해자가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고 △북한이 피해자 인적사항을 비교적 소상하게 알고 있었으며 △북한에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정황이 있었고 △당시 해류 분석 결과 인위적인 노력 없이 사건 현장까지 갈 수 없었다는 점 등 4대 근거를 제시했다.

국힘 하태경·민주 윤건영
같은 방송 출연해 설전 벌여
여 “유가족 상대 2차 가해”
야 “군 첩보 공개하자” 맞불

그러나 국민의힘 진상규명TF 단장인 하태경 의원은 같은 방송에서 “4대 조작 의혹”이라고 맞섰다. 그는 해경의 당시 발표에서 피해자인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가 평소 저체온증 사망 위험을 알고서도 방수복을 배에 두고 간 사실이 은폐됐고, 당시 조류가 북으로 향하지 않았다면 튜브를 탄 이 씨가 자력으로는 이를 거슬러 사건 현장까지 갈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 3억 원의 도박 빚으로 공황 상태에서 월북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당시 해경 발표에 대해서도 도박 빚은 1억 원 남짓으로 연봉 5000만 원인 이 씨가 충분히 감당할 있는 액수였는데 크게 부풀렸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하 의원은 특히 이 씨가 북한군에 월북 의사를 표명했다는 군의 SI(특별취급첩보) 정보와 관련, “(사건 이후)김정은 사과문을 보면 ‘도주하려는 조짐이 있었다’는 내용이 나온다”면서 표류 중에 북한군을 만난 이 씨가 살기 위해 월북을 언급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북한군이 상부와 통화하는 내용으로 알려진 해당 SI 정보에 대해서도 “전언 정보일 뿐 결정적 증거는 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윤 의원은 “당시 군 당국의 SI는 충분히 국회 정보위와 국방위에 보고된 걸로 안다”며 국방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도 당시 ‘월북이네’라고 했다는 같은 당 우상호 비상대책위원장의 전날 발언에 대해 “맞다, 나도 들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국민의힘은 21일 당 진상규명TF 1차 회의를 열기로 하는 등 연일 확전을 시도하는 모습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한민국 공무원이 북한에 잔인하게 살해당했지만 대한민국 정부는 ‘월북몰이’로 북한의 만행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유가족들을 2차 가해했다”며 “반드시 실체적 진실을 밝혀 피해자의 명예를 회복하고 유가족 눈물을 닦아 드릴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여당 공세에 대해 정치적 목적이 의심된다면서 당시 국회 국방위원회 비공개 회의록에 대해서도 “여당이 원한다면 공개하겠다”며 역공에 나섰다. 우상호 비대위원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여당이 그것(회의록 공개의 위험성)에 대해 전혀 신경 안 쓰고 오로지 우리를 몰아세우는 쪽으로만 혈안이 돼 있다면 기꺼이 공개에 응하겠다”고 받아쳤다.

국회 국방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이날 긴급 브리핑에서 회의록 공개에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이것으로도 의문이 풀리지 않으면 윤석열 정부의 판단 아래 미국 측의 협조를 받아 당시 SI를 공개하면 된다”고 밝혔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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