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PK 국회 요직 양보 없다…장제원·김도읍 법사위장 대결
차기 총선 대비 치열한 내부 경쟁
부산·울산·경남(PK) 정치권의 최대 강점은 결속력이었다. 유력 정치인을 중심으로 하나로 뭉쳐 지역 현안 해결에 적잖은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요즘 국민의힘 PK 정치권은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집권 여당의 파워를 활용해 중요 사안을 집단적으로 해결하기는커녕 차기 총선에서 살아남는 것이 일차 목표인 것이다.
부울경 정치권은 국회부의장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등 요직을 놓고 내부 경쟁을 벌이고, 후반기 상임위 신청을 놓고도 신경전을 계속한다. 일부 중진은 비중 있는 자리를 외면한 채 하향지원하고, 각종 의원모임을 둘러싼 주도권 다툼도 치열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장을 지낸 장제원 의원과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출신인 김도읍 의원은 여당 몫이 유력한 국회 법사위원장 경쟁을 벌인다. 국회 법사위 간사를 지낸 김 의원은 “오랫동안 법사위에서 활동해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하고, 장 의원은 최근 변호사와 법학박사 출신들로 보좌진을 교체했다. 두 사람 모두 차기 원내대표 후보로도 유력하게 거론된다.
당초 후반기 국회부의장에는 PK 최다선인 서병수(부산) 의원이 가장 유력했지만 6월 보궐선거에 당선된 같은 5선의 김영선(경남) 의원도 노린다는 소문이 나돈다. 일부 중진은 급을 대폭 낮춰 당직과 국회직에 도전한다. 5선인 조경태 의원은 초선이 맡았던 부산시당 위원장에 욕심을 내고, 차기 대선주자인 김태호 의원은 평범한 3선 의원이 맡는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후보로 거론된다. 심지어 모 중진 의원은 대부분의 보좌진을 지역구에 보내 차기 총선 준비에 들어갔다는 얘기도 들린다.
후반기 상임위 배분 과정에서도 일부 PK 의원이 양보 없는 대결을 벌인다. 특히 농림해양수산위와 정무위, 국토교통위, 산업자원위 등 지역 연관성이 높은 상임위에는 부울경 의원들이 2~3명씩 지원해 당 지도부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일부 초선 의원은 당내 기구가 발족할 때마다 자신의 이름을 올려 빈축을 산다. 모 의원은 “부울경 의원들이 골고루 활동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과욕을 부리는 의원들이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권기택 기자 kt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