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서방 빼고 우리끼리”… 브릭스에 독자 경제권 제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서방의 경제 제재가 몰상식하다고 비난하며,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에 독자 경제권을 제안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이 주도한 스위프트(SWIFT·국제은행간통신협회) 퇴출로 어려움을 겪었던 러시아는 ‘브릭스판 스위프트’를 제안하기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중국과 러시아의 주도로 화상으로 진행한 브릭스 국가 비즈니스포럼 개막식 연설에서 “서방은 시장 경제와 자유 무역, 사유재산의 불가침성에 대한 기본 원칙을 무시하고 있으며, 동시에 정치적인 목적을 띤 제재를 끊임없이 도입하고 경쟁국에 압력을 행사하는 체제를 강화하고 있다”며 이런 구상을 드러냈다.
“서방 경제 제재 몰상식” 비난
30억 인구·무역 20% 잠재력 활용
5개 회원국 서방 맞서 단결 강조
비서방 국제결제망 구축 등 시사
푸틴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브릭스의 잠재력에 주목했다. 인구 30억 명,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의 25%, 세계 무역의 20%, 전 세계 외환보유고의 35%를 브릭스가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처럼 거대한 잠재력을 지닌 브릭스가 회원국 간 협력과 단결을 통해 서방에 맞설 자체적인 경제권을 구축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특히 연설에서 “올해 들어 3개월 동안 러시아와 브릭스 회원국 사이의 무역이 38% 증가해 450억 달러에 달했다”고 소개하며 러시아 재계와 브릭스 회원국 사이의 관계가 최근 부쩍 강화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는 서방과의 무역이 급감하자, 중국, 인도 등으로 눈을 돌렸다. 실제 인도는 전쟁 이후 러시아로부터의 원유 수입을 25배가량 늘리는 등 유럽 수출길이 끊긴 러시아산 에너지를 큰 폭의 할인가로 가져가며 구원투수 역할도 하고, 동시에 이익도 챙기고 있다.
이와 함께 푸틴 대통령은 서방의 금융 제재에 대항한 브릭스 회원국 간 국제결제시스템 구축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브릭스 회원국들과 함께 신뢰할 만한 대안적 국제결제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며 “브릭스 통화에 기반한 국제적 기축통화 창설 가능성도 타진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 재계가 브릭스 회원국 재계와 협력해 교통 기반시설 건설을 위해 즉각적인 조치에 나섰으며, 물류망 재조정과 새로운 생산망 창설 작업도 진행되고 있다고 말해 서방에 맞선 브릭스의 독자 경제 체제 구축이 이미 시작됐음을 시사했다.
앞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 주요 은행들이 스위프트 결제망에서 퇴출됐다.
이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세계 경제를 정치화, 도구화, 무기화하고 국제 금융·화폐 시스템의 주도적 지위를 이용하는 자의적 제재는 자신을 해칠 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에 재앙을 초래한다”며 미국의 금융제재를 비판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