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해진 환경영향평가에… 부산 주요 개발 사업, 줄줄이 착공 지연
부산의 굵직한 현안 사업들이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 잇달아 제동이 걸리고 있다. 기존 관행대로 환경영향평가서 작성이 계속 이뤄진다면, 주요 개발 사업들이 표류하는 일이 반복돼 도시 계획 자체가 흐트러질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엄궁·장락대교 등 평가서 반려
보완 평가서도 통과 ‘미지수’
“사업 초기부터 환경 부서 관여를”
■엄격해진 평가에 현안들 표류
22일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시는 지난해 12월 소규모 환경영향평가가 반려된 엄궁대교(강서구 에코델타시티~사상구 승학터널)의 보완 평가서를 다음 달 낙동강유역환경청(이하 환경청)에 제출할 예정이다. 통상 평가서에 명확한 하자가 없다면 오는 9월께 검토 결과가 나올 것으로 부산시는 예상한다. 결국 사실상 연내 엄궁대교 착공은 불가능해졌다.
문제는 보완 평가서도 반려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12월 평가서 반려 사유는 겨울철 철새에 대한 현장 조사 미비, 조상 대상지 범위 확대 필요성 등이었다. 부산시는 이후 최대한 조속한 사업 추진을 위해 보완 작업을 벌였으나, 예상보다 긴 6개월가량이 소요됐다. 그러나 평가서 수용 여부에 대한 명확한 판단 기준이 없다 보니, 부산시 내부적으로 보완 평가서에 대한 환경청의 판단을 예단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해 12월 엄궁대교와 함께 소규모 환경영향평가가 반려된 장락대교(에코델타시티~강서구 생곡동)도 비슷한 상황이다. 장락대교 보완 평가서는 이달 초 이미 제출된 상태로, 엄궁대교 보완 평가서와 같은 시기에 나올 것으로 보여 역시 연내 착공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애초 장락대교는 내년, 엄궁대교는 2024년 완공한다는 게 목표였으나 2~3년 이상 늦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환경영향평가 조사업체의 조작 행위로 사법 절차가 진행 중인 대저대교는 상황이 더욱 복잡하다. 대저대교 환경영향평가는 2018년 첫 번째 평가서가 접수된 뒤 보완과 반려가 반복됐으며, 2020년 10월 3번째 평가서가 제출됐으나 이 역시 올 2월 최종적으로 반려 결정이 내려졌다. 그 사이 평가서 조작 사실이 드러나면서 환경단체의 건설 반대 운동까지 격해진 상태다. 부산시는 환경단체와 협의체를 구성해 대저대교 건설 방향을 모색하고 있지만, 별다른 진척은 없다.
■형식적인 평가는 더는 없을 듯
부산시 안팎에서는 환경영향평가가 엄격해졌다는 데 별다른 이견이 나오지는 않는다. 통상 지역 주요 현안은 부산시와 환경청 사이엔 사전 의견 교환이 이뤄진 뒤 평가서가 제출된다. 이 때문에 평가서는 보완 뒤 ‘조건부 동의’로 수용되는 경우가 많았고, 환경영향평가는 ‘형식적 절차’라는 인식까지 생겼다.
그러나 최근 환경청은 사업 주체에 대한 배려보다 실질적 환경 영향을 우선시하는 기류가 읽힌다. 지난 20일 환경청은 센텀2지구 조성 사업의 평가서를 반려하면서, 대체 부지 마련이 안 된 풍산 공장의 토지오염조사 미실시를 이유로 들었다. 예전 같았으면 풍산 공장 이전 뒤 정밀조사를 하는 형식으로 조건부 동의가 이뤄졌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환경청의 기조가 일시적 변화로 끝날 가능성이 낮아 부산시는 대책 마련을 고심한다. 통상 주요 개발 현안은 건설·도로 관련 부서가 주도하는데, 사업 구상 초기부터 환경 관련 부서가 관여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엄격해진 평가를 통과하려면 사업 추진 전반에 ‘환경 감수성’을 높여야 한다는 의미다.
시민사회에서는 제도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사업 주체가 환경영향평가 비용을 공탁 기관에 넘기고, 제3의 기관에서 조사를 수행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현재처럼 사업 주체가 직접 조사 기관과 비용을 조정하다 보면 평가서가 사업에 유리한 쪽으로 왜곡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부산시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 통과 기준이 모호한 측면이 있어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며 “현재로서는 준비를 최대한 철저히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백상 기자 k1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