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징계’ 내달 7일로 연기, 국힘 내홍 다시 격화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가 이준석 대표 성 상납 의혹과 관련한 ‘품위유지의무 위반’ 심의를 내달 7일로 연기하면서 징계라는 최악의 상황은 피했다. 하지만 의혹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하면서 오히려 당내 혼란은 가중되는 형국이다. 차기 당권 경쟁과 맞물려 국민의힘 내홍이 격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진다.

이 대표는 23일 한 라디오에서 전날(22일) 윤리위가 자신의 징계 결정을 2주 미룬 데 대해 “이게 무슨 기우제식 징계냐”며 “경찰 수사 결과든지 뭐든지 간에 2주 사이에 뭔가 새로운, 본인들이 참고할 만한 게 나오길 기대하는 것”이라고 불만을 표출했다. 그는 “우리 혁신위가 출범해서 당 개혁을 준비하고 이렇게 한다고 했는데 (윤리위 징계 때문에)벌써 한 달 가까이 동력을 갉아먹고 있다”며 “윤리위가 그런 정치적인 상황을 고려해서 하는 건 아니겠지만 굉장히 정치적으로는 아쉬운 시기들이 흘러간다”고 지적했다.

이 “기우제식 징계, 당 동력 갉아먹어”
측근 김철근 실장은 징계 절차 개시
윤리위 결정 두고 첨예한 입장 차이
‘권력 싸움’ 당내 혼란 가중되는 형국


이처럼 이 대표가 노골적인 감정을 드러낸 것은 당내에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본격화되는 분위기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지난 22일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 주도의 ‘혁신24 새로운 미래’이 출범한 상태며,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관계자) 모임 논란으로 한 차례 제동이 걸렸던 ‘민들레’(민심 들어볼래)도 재가동을 노리고 있고, 장제원 의원이 대표를 맡고 있는 의회연구단체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도 활동에 나선다. 이들 모두 단순한 공부 모임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차기 당권을 노린 세 모임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윤리위가 김철근 당 대표 정무실장에 대한 징계 절차를 개시한 것도 일부 영향을 미쳤단 관측도 내놓는다. 김 실장은 이 대표 성상납 의혹 제보자를 만나 ‘7억 원 투자 각서’를 써 주며 증거인멸을 시도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데, 윤리위가 김 실장을 징계 대상에 올린 만큼 이 대표 징계를 위한 수순 밟기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것이다.

당내에선 윤리위의 이 대표 징계 연기를 두고 첨예한 입장 차이를 보인다. 김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윤리위의 징계 심의가)오래가서 될 일은 아니다”며 “책임 있는 여당의 입장이기 때문에 국민들에게 심려를 끼쳐선 안 된다”고 말했다. 김용태 최고위원은 이보다 나아가 윤리위 책임론을 주장했다. 그는 한 라디오에 출연,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 대표 징계 절차를 개시했다. 윤리위가 왜 이렇게 비상식적인 행동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며 “어떤 판단을 내리든 정치적 판단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질타했다.

반면 윤리위의 원칙적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조수진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조국 수호로 상징되는 팬덤 정치와 내로남불, 각종 성범죄에 대한 무분별한 용인이 더불어민주당의 패착이라는 전문가들의 진단 역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겠다”고 말했는데, 이는 사실상 윤리위가 이 대표의 징계와 관련해 원칙적인 대응을 해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날 이 대표의 혁신위원회가 공식 출범하면서 반전이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리위 최종 결정까지 시간이 아직 남은 만큼 공천 시스템 개혁 등 의제를 지속적으로 던지면서 여론 환기에 성공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이 대표가 연일 당내 인사들과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이준석 리스크’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 대표가 이날 최고위원회의 전 배현진 최고위원의 악수를 손사래를 치며 거절했는데, 이러한 행동이 국민의힘 공식 유튜브 채널 ‘오른소리’에 생중계 되면서 파장이 일었다. 배 최고위원이 다른 위원과 인사 후 자신의 자리를 돌아오면서 재차 이 대표의 어깨를 툭 치며 무안함을 떨쳐내려 했지만 이 대표는 무반응이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