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잇는 출렁다리 건너 섬과 섬 사이 썸 타다
통영 두 섬 당일치기 여행
흔들흔들 출렁다리로 연결된 아름다운 섬 만지도·연대도
바닷물 따라 걷고 몽돌해변·사구해변서 첨벙첨벙 물놀이
바닷길을 달려야만 한다. 불편함도 낭만이다. 섬 여행 말이다. 갑갑한 일상은 넓은 육지에 남겨 놓고, 작은 섬으로 향할 땐 설렘만 가져갈 일이다. 당일치기 여행이 가능한 경남 통영시 산양읍의 ‘함께 섬’ 만지도와 연대도에 다녀왔다.
■한려해상국립공원의 아름다운 섬 둘
만지도와 연대도는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한 작은 섬이다. 가까이 붙어 있는 두 섬은 2015년 출렁다리가 놓이면서 한 몸처럼 더 가까워졌다.
달아항에서 배를 타면 연대도에 도착하고, 연명항에서 배를 타면 만지도에 닿는다. 달아항에서 출발하면 다른 섬을 거쳐 연대도에 들어가고, 연명항에서는 만지도까지 직항이다. 뱃길 15분이면 섬에 닿는다니 연명항을 택했다.
긴팔 래시가드를 갖춰 입고 구명조끼까지 입은 한 무리의 여행객들이 함께 배에 올랐다. 섬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바다에 뛰어들겠지 싶으니 여름이라는 게 실감 난다. 선실 모니터에서 승선 안내 사항과 만지도를 소개하는 영상이 흘러나온다. 그날 처음 들었던 가수 정준아의 ‘만지도 사랑’이 이미 알고 있던 노래처럼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어서 오세요 섬마을 만지도 붉게 물든 저녁노을 쪽빛 바다/그림처럼 아름다운 만지도로 오세요/…/만지도 연대도로 사랑을 맺어주는 출렁다리 전설을 아시나요/푸른 물결 파도 위에 사랑을 띄워 놓고 멋진 사랑 만들어 봐요.” 출렁다리에 그런 의미가 있구나, 벌써 설렌다.
만지도 선착장에 내리면 왼쪽으로는 출렁다리로 이어지는 해안 덱 길, 오른쪽으로는 식당과 만지도 해안 탐방로로 향하는 길이다. 출렁다리로 달려가고픈 마음이 컸지만 만지도에 먼저 발을 들인 만큼 이 섬부터 둘러보기로 했다. 만지도는 주변 섬보다 주민이 늦게 정착했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며, ‘마음을 어루만지는 섬’이라는 뜻을 더했다.
해안 탐방로로 향하는 길, 집집 문패에서 섬사람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문어와 군소를 잘 잡는 만지도 최고령 할머니댁’, ‘우리나라 최초 3관왕 카누 선수 천인식 선수가 태어나고 자란 곳’…. 주민과 정답게 이야기를 나눈 듯한 기분이다. 천인식 선수는 1990년 북경 아시안게임 때 금메달 3개를 땄다.
■걸으면서 즐기는 만지도의 하늘과 바다와 산
푸른 하늘과 맑은 바다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덱 길을 걸었다. 바닷바람이 성큼 다가와 온몸으로 인사해 준다. 고개를 돌려 바다를 바라보니 한려해상의 아름다운 섬들이 점점이 떠 있다. 추도, 사량도, 곤리도, 미륵도, 저도, 송도…. 푸른 바다에 떠 있는 섬들과 안내도의 사진을 맞춰 보며 섬의 이름을 불러본다.
수달 두 마리가 손 모으고 선 조형물은 재밌는 포토 포인트이다. 덱 길이 끝나갈 때쯤 해변으로 내려가는 계단이 있다. ‘데굴데굴’ 몽돌을 스치는 파도 소리가 귀를 씻어 주는 몽돌해변이다. “와, 나 네 번!” “난 다섯 번 튀겼다고.” 왁자지껄 신나게 물수제비를 뜨는 사람들 표정에 덩달아 즐거워진다.
콘크리트 길을 지나 산길로 올랐다. 가벼운 등산 수준이지만 운동화나 트레킹화가 아니라면 오르기 힘들다. 낙엽 쌓인 곳도 많고 경사진 곳도 있기 때문이다. 여름이라 찾는 발길이 적은지 풀이 길게 자란 곳도 있다. 나무가 우거져 어두컴컴한 동백군락지를 한참 걸어 ‘욕지도 전망대(들머리 전망대)’에 닿았다. 절경이다. 저 멀리 연대도와 출렁다리도 보인다. 하늘과 바다와 섬이 눈을 시원하게 한다. 만지봉 봉우리로 향하는 길에는 하얀 나비 한 마리가 길 안내를 하듯 길벗이 되어주는 듯 따라다니며 날갯짓한다. “200년 해송 기를 받아 가세요.” 만지봉을 지나자 만지도의 명물 해송과 전망대가 나온다. 볼거리 가득한 1시간여 코스다.
연대도로 넘어가기 전 만지도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다. 만지도에서 양식하는 전복을 넣은 전복비빔밥과 해물라면, 해물탕, 멍게비빔밥 등 군침 돌게 하는 메뉴가 발길을 잡아끈다. 바다를 바라보며 입 안 가득 바다를 채웠다.
■맑은 사구해변과 짜릿한 출렁다리 지나 연대도로
다시 만지도 선착장에서 연대도를 향해 떠났다. 바다 바로 옆으로 쭉 이어진 덱을 따라 걷는 길이다. 바닷물이 너무 맑고 투명해 계속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출렁다리에 이르기 직전에 만나는 사구해변의 물빛은 그야말로 에메랄드빛. 정식 해수욕장은 아니지만 모래밭이 있고 수심이 얕아 사람들이 첨벙첨벙 물놀이를 즐기고 있다. 섬으로 들어오는 배에서 만났던 ‘구명조끼 팀’을 이곳에서 발견했다. 다들 손에 들고 있던 주머니에 스노클링 장비가 있었나 보다. 오리발을 끼고 바다에 엎드려 스노클링을 즐기고 있었다.
길이 98m 출렁다리는 정말 출렁거린다. 혼자 조심조심 걸어도 흔들린다. 최근 우후죽순 생긴 출렁다리들만큼 높지도 길지도 않지만 섬과 섬을 잇는 다리라 그런지 훨씬 매력적이다. 두 섬 사이를 오가며 ‘썸’ 타는 기분이다. 노래 가사에는 사랑을 이뤄 준다고 했는데, 두 섬의 기운이 소원을 들어준다고 해 소원다리로도 불린다.
연대도는 수군통제영이 있던 시절 섬 정상에 봉화를 올렸다고 해서 붙린 이름이다. 출렁다리가 끝나는 곳에 마을 쪽으로 가는 길과 산길로 이어지는 숲길이 있다. 마을 골목길 입구에 ‘별신장군’ 비석이 보인다. 주민들의 안녕과 풍어를 기원하는 별신굿을 하는 곳이다. 해안에 놓인 덱을 쭉 따라가면 ‘통영에코파크’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캠핑할 수 있는 캠핑장이다. 바로 아래에 몽돌해변이 있어 물놀이와 낚시도 할 수 있어 여름 캠핑지로 딱 좋겠구나 싶다.
연대도 지겟길은 옛 주민들이 지게를 지고 연대봉까지 올랐던 길이다. 총길이 2.3km로 1시간 반쯤 걸린다. ‘몽돌해변 가는 길’ 팻말을 따라 가면 숨겨진 물놀이 장소를 만날 수 있다. 연대도 마을의 문패도 눈길을 잡는다. ‘점빵집으로 불렸어요, 김채기 할머니댁’ ‘윷놀이 최고 고수 서재목 손재희의 집’….
‘하루 두 섬 여행’을 마치고 육지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출렁다리를 건너 만지도 선착장을 찾았다. 짧은 뱃길을 달려 다시 육지에 내려서자마자,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식혀 줬던 쪽빛 바다가 아른아른한다.
▷여행 팁: 경남 통영시 산양읍 연명길 30 ‘연명항’에서 만지도로 가는 첫 배는 오전 8시 30분이다. 이후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하절기) 매시간 정각에 운항한다. 만지도에서 연명항으로 나오는 첫 배는 오전 8시 45분이다. 연명항에서 출발한 배가 돌아 나가는 것으로, 매시간 15분에 출항한다. 주말과 공휴일은 30분 간격으로 운항한다. 요금은 대인(왕복) 1만 2000원, 소인(4~12세, 왕복) 7000원이다. 인터넷 예약센터에서 예약하면 대인은 1만 500원으로 할인해 준다. 만지도행 배편은 시간을 예약해야 하고 연명항으로 돌아오는 배편은 운항 시간에 맞춰 타면 된다. 반드시 신분증이 있어야 하며, 출항 30분 전 도착해야 한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