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연설 속에서 꽃핀 민주주의를 보다

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블루스퀘어 세상을 외치다 / 필립 콜린스

BC 5세기 그리스에서 치열한 전쟁이 벌어졌다. 수백 개의 폴리스가 서로 진영을 나눠 패권을 다투던 비극의 현장이었다. 지중해를 중심으로 한 지정학적 개념으로 보면 세계대전이나 다름없었다.

당시 이 상황을 담은 책이 바로 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전쟁사〉이다. 이 책에는 연설문이 많아 별도로 관련 책자를 한 권 만들 수 있을 정도이다. 고대 희랍은 그만큼 연설과 민주주의를 결합해 민주주의 꽃을 화려하게 피웠던 사람들이 살았던 세계였다. 시민들의 합의에 따라 움직이는 정부라는 시스템은 힘이나 권위가 아니라 연설에서 나온다는 점을 분명히 인지했던 것이다.

〈블루스퀘어 세상을 외치다〉는 이처럼 연설이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근간이라는 인식 아래 역사상 가장 주목할 만한 연설문 15편을 담고 있다.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의 수석 연설문 작가였던 저자는 위대한 연설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집필했다. ‘전쟁’, ‘진보’, ‘혁명’ 등 다섯 가지 주제로 나눠 분석하면서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연설이 어떻게 세상을 정의롭고 아름답게 만들었는지 소개한다.

소장하고 싶을 만큼 가치가 있는 멋진 대중연설은 인간이 거둔 위업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발전하는 물질적 환경 속에서 더 꼬여가는 정치논쟁이라는 실타래를 풀 기제가 바로 연설이라는 생각이다. 저자는 동시에 대중영합주의자들의 손아귀 아래에서 흔들리는 현재 민주주의 위기를 논한다. 그 안타까움이 위대한 옛 연설들을 소환한 이유이다. 연설과 민주주의는 쌍둥이나 다름없기에. 필립 콜린스 지음/강미경 옮김/영림카디널/400쪽/2만 2000원.


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