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희와 함께 읽는 우리 시대 문화풍경] 기후위기시대, 보통의 용기와 담대한 실천
부산대 대학원 예술·문화와 영상매체협동과정 강사
'보통의 용기' 스틸 컷. ㈜드림팩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런던의 테이트모던은 화력발전소를 리모델링한 현대미술관이다. 거대한 굴뚝은 화석연료시대의 영광을 상징하지만, 이제는 연기를 배출하지 않는 문화예술의 발전소로 명성이 높다. 아이러니하게도 이즈음 유럽에서는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나던 화력발전소 재개에 관한 논의가 뜨겁다. 기록적인 폭염으로 에너지 공급에 비상이 걸렸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대폭 줄인 것도 큰 변수로 작용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4월 폐쇄한 삼천포화력발전소 재가동을 검토 중이란다.
최근 콩고의 열대우림이 경매에 나온 일은 충격을 넘어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 어렵다. 기근에 허덕이는 국민을 살리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 한다. 아마존과 함께 지구의 허파로 불리는 이 지역에는 석유와 가스가 대량으로 매장되어 있다. 이탄지도 포함되었다. 일반 토양의 10배가 넘는 탄소를 품고 있어 지구의 탄소 저장고이기도 하다. 다국적기업이 개발하게 되면 탄소배출량이 급격하게 늘어날 것이다. 지구온난화의 티핑포인트인 1.5도 상승에 도달하는 시점이 10년이나 앞당겨졌다는 IPCC의 경고가 무색할 따름이다. 종말을 고했던 화석연료가 부활하지 않을까 우려가 깊다.
‘보통의 용기’는 공효진, 이천희, 전혜진이 에너지 자립섬 죽도에서 탄소배출 제로의 삶을 실천하는 일상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다. 이들의 실천은 일상의 경험과 소비행태를 되돌아보는 데서 비롯된다. 플라스틱 제품과 관련한 고민도 그중 하나다. 페트병 대신 종이팩 생수를 홍보하는 영상을 제작해 SNS에 공유하자 누리꾼들의 깊은 공감과 여러 기업의 관심을 얻었다. 이러한 아이디어가 대기업의 제품생산과 유통으로 이어지는 과정은 드라마틱했다. 출발은 거창하지 않았지만, 기후위기를 초래하는 인간의 삶에 대한 반성적 성찰과 현실적 대응을 분명하게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보통의 용기라 과소평가할 수 없다. 작은 발걸음이지만 실로 담대한 생태적 실천이다.
IPCC는 지난 30여 년간 기후위기에 맞서 국제 공조와 협력을 모색해왔다. 5~7년마다 보고서를 발간하여 전지구적 협력을 도모하는 실천전략을 제시하고 있지만 국가의 이익이나 자본논리에 따라 유예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국가 간 에너지 불평등 문제도 쉽게 해결하기 어렵다. IPCC 제6차 보고서는 에너지 소비 감축을 제시하며 민간영역의 적극적인 동참을 촉구한다. 에너지 공급과 생산방식에 집중했던 이전 보고서와 비교하면 전례없는 일이다. 그만큼 절박하다는 뜻이다. 발전이나 진보의 개념을 재검토하고 삶의 방식을 근원적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위기는 곧 일상이 된다. 탄소제로의 나날을 살아내는 보통의 용기는 기후위기시대를 돌파하는 실천동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