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했으면… 정부 연구기관도 “대규모 투자로 지역 생산성 높여야”
산업연구원, 발전 격차 보고서
수도권에 일자리 절반 이상 집중
지역성장거점 균형발전정책 실패
“기회특구 조성, 조세 감면 혜택을”
국민의힘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장인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 활동 성과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인구·일자리·SOC(사회간접자본)·문화·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발전 격차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정부에서 추진해온 지역성장거점 중심 균형발전정책의 실패가 그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산업연구원은 2일 발표한 ‘수도권·비수도권 간 발전격차와 정책 방향’ 보고서에서 “지난 20년간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시도한 수도권과 지역 대도시 중심의 지역성장거점 발전 정책은 수도권과 비수도권 격차 확대로 더 이상 실효성이 없다”며 “지역에 기업 유치와 대규모 투자를 유도할 ‘기회특구’를 조성하고 규제 완화와 조세 감면 혜택을 줘 지역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보고서는 그동안 정부가 지역성장거점 중심 정책에 따라 조성한 연구개발특구, 경제자유구역, 산업단지, 혁신도시 등이 낙후 지역이 아닌 대도시나 인구 50만 명 이상의 도시에 주로 분포돼 있는데,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격차가 더욱 확대된 지금에는 지역별 핵심·거점도시에서 소도시·농촌 지역으로의 낙수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보고서는 비수도권 지역에 기업이 들어서고 대규모 투자를 유도할 수 있도록 미국의 ‘기회특구’(Opportunity Zone)와 같은 공간을 조성해 조세 감면과 규제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또 특정지역(시·도 및 기초지자체) 중심의 주력산업 육성 정책을 인접지역(인근 시·도 및 도시)의 역량을 활용하는 특화산업 육성 정책으로 전환하고, 지역 균형발전과 생산성 수준을 객관적으로 판단해 낙후지역에 대한 혜택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국토의 12%를 차지하는 수도권에 총인구의 50.3%, 청년인구 55.0%, 일자리 50.5%, 1000대 기업 86.9%가 집중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수도권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3710만 원으로 비수도권(3410만 원)보다 300만 원 많았고, 신용카드 사용액은 수도권이 전체의 75.6%를 차지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생산·소비·자산 수준의 격차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지역 생산 수준의 차이가 지역 인구 유출의 원인이 되어 저소득 지역에서 고소득 지역으로 인구 유입을 유발했고, 이것이 다시 수도권 집중화로 이어졌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실제로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개발한 균형발전지표를 기준으로 229개 시·군·구를 균형발전 상위지역과 하위지역으로 구분해 최근 20년간 총인구 수의 변화를 살펴본 결과 상위지역(57개)의 인구는 지난해 총 2298만 명으로 2000년보다 316만 명 늘어난 반면 하위지역(58개)은 같은 기간 335만 명에서 268만 명으로 67만 명 감소했다.
상위지역 중 37개가 수도권, 하위지역 중 53개가 비수도권 지역임을 고려하면 수도권 인구가 늘고 비수도권 인구는 줄면서 지역 간 격차가 심화됐다는 의미다.
8개 균형발전지표 부문별로 보면 △문화·여가 △안전 △환경 △보건·복지 등 4개 부문은 상위지역의 절반 이상을 비수도권 지역이 차지했고, 교통·교육 등 2개 부문은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유사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하위지역은 환경을 제외한 주거, 교통, 일자리, 교육 등 총 7개 부문에서 비수도권 지역이 대부분을 차지해 삶의 불균형 수준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하위지역의 2017∼2019년 평균 재정자립도는 20.1%로 삶의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한 재정 여력이 취약한 것으로 분석됐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