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비평] 언론의 디지털 전환기, 신뢰 구축이 급선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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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행 동명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종이신문 외면 속 뉴스 기피도 많아
정치 보도 편향성에 따른 불신 때문
진실 추구로 독자의 신뢰 회복해야
진영논리·정파성 극복이 최대 관건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2005년부터 2020년 사이 미국에서 무려 2200개의 지역신문이 문을 닫았다. 이는 미국 전체 지역신문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엄청난 규모이다. 이에 따라 지역에서 원천적으로 신문이 공급되지 않는 ‘언론 사막화’(news desert) 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미국 내에서 커지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1년 언론 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종이신문 이용률이 2011년 44.6%에서 지난해 8.9%로 급락했다.

인류의 미디어 역사에 있어서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기술은 인쇄기술의 발명 이래 언론산업에 닥친 최대의 위기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라디오의 출현도, 텔레비전의 전파도 지금의 디지털 기술이 언론에 가한 충격만큼 크지는 않았다. 종이신문의 판매 부수가 급감하였고, 충성 독자들은 ‘디지털 유목민’의 삶을 찾아 활자매체를 속속 떠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언론사들은 디지털 기술 도입, 콘텐츠 개발, 수익 모델 발굴 등의 노력을 통해 위기 돌파에 부심하고 있다. 이렇듯 디지털 전환기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언론 지형의 판도를 바꾸고 언론계를 재편하는 시간이 될 것으로 보이지만, 디지털 전환에 따른 언론산업의 위기는 아직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데 언론사들의 고민이 있다.

유료 구독제나 후원제와 같은 디지털 수익 모델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언론사 브랜드에 대한 독자의 신뢰가 중요하게 작용한다. 설즈버거 뉴욕타임스컴퍼니 회장이 밝혔듯이 〈뉴욕타임스〉가 올 2월 디지털 유료 구독자 1000만 명을 돌파한 것도 디지털 부문에 대한 혁신적인 투자와 더불어 강력한 품질 저널리즘 구현 노력을 통해 브랜드 신뢰가 구축되었기 때문이다. 활자매체를 떠나 디지털 정글로 이주한 디지털 노마드들은 시공간을 초월하는 무한 정보의 선택지에 노출되어 있으며, 이들은 신뢰하지 않는 정보를 즉각 외면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 부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디지털뉴스리포트 2022’에 따르면 한국의 뉴스 이용자 3명 중 2명은 의도적으로 뉴스를 회피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하였는데, 특히 정치 보도의 편향성으로 인한 불신과 피로감을 그 이유로 지목하고 있었다.

당파로부터의 독립은 언론에 요구되는 중요한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이다. 한국 언론의 정파성의 정도와 방식을 분석한 김영욱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초빙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독자들은 한국 신문을 정당 정파적이라고 인식하고 있으며, 신문의 이념성은 독자들보다 더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신문은 언론의 자유가 허용된 이후 일정 기간 동안 정파적인 모습을 보이다가 성찰을 통해 정파성을 극복했다고 한다. 반면에 한국 신문은 민주화 이후 정파성과 상호 대립이 더욱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김 교수의 연구는 분석한다.

언론이 정파적이라는 이유만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며, 정파적 주장 역시 언론의 자유 범위에서 보호받을 수 있다. 그러나 기관 또는 제도로서 언론이 누리는 자유는 국민의 표현의 자유가 위임된 것으로써 민주적 여론 형성에 기여해야 한다는 사회적 책임이 따른다. 정파적 의견과 주장이 민주적 여론 형성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그것이 감정적으로 소비될 것이 아니라 공론장에서 이성적인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어야 한다. 문제는 언론의 당파성이 사실의 통합과 검증 대신에 상황과 해석을 덧붙이는 경향의 오류를 수반한다는 점이다.

언론의 정파성은 그것이 나름의 합리적인 근거와 논리를 갖추지 못해 중요한 사안에 대해 자기 결정을 내리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지 못할 때 문제가 된다. 언론인 누구나 특정한 사물과 사상, 제안이 국가와 국민에 유익하다고 생각할 수 있으며, 그 사실을 공언할 수 있다. 그러나 언론이 특정한 정당, 개인 또는 당파에 충실해지는 것은 독자에 대한 충성심을 버리는 것을 의미하며 언론의 불신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민주국가의 저널리즘 교과서로 통하는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에서 저자 코바치와 로젠스틸은 진실을 추구하기 위해서 언론인들이 맨 먼저 할 일은 충성을 바칠 대상을 명확히 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언론인이 충성을 바칠 대상은 특정 당파도, 정당도, 개인도 아니며, 오로지 독자라는 점을 강조한다. 언론이 진영논리에 매몰된 정파적 편향성을 경계하여 우리 사회의 소통과 민주주의의 성장을 견인해 나간다면 무너진 언론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언론과 브랜드의 신뢰 구축은 성공적인 디지털 전환을 위한 시급한 과제라는 사실도 가벼이 여기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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