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우의 맛있는 여행] 이제는 여행을 떠날 때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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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부 선임기자

9~22일 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에 여행을 다녀왔다. 행복의 기운은 인천공항에서 이륙한 바르샤바 행 폴란드 항공기에 탑승한 모든 사람의 얼굴에서 시작했다. 오랜만의 외국 여행에 가슴이 설레는 듯 다들 항공기 창밖의 구름을 내려다보며 즐거워했다. 4년 만에 먹어보는 기내식은 왜 그렇게 맛있는지 놀라는 눈치였다.

세 나라에서는 가는 곳마다 행복에 겨운 웃음이 흘러넘쳤다. 모든 사람의 얼굴에는 속박에서 벗어난 기쁨이 샘솟았다. 날씨마저 기분이 좋은지 하늘은 푸르렀고, 공기는 깨끗하고 맑았다. 하얀 뭉게구름은 덩실덩실 어깨춤을 췄고, 작은 새들은 그 춤에 맞춰 신나게 노래를 불렀다.

체코 프라하와 오스트리아 빈에는 사람이 넘쳐났다. 헝가리 부다페스트는 이제 곧 닥칠 여행객을 맞이하기 위해 도시 전체에서 대대적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인파로 뒤덮인 거리에서는 다른 사람의 어깨에 부딪치지 않도록 신경을 써야 할 정도였다. 외국인 관광객뿐 아니라 내국인도 모두 마스크를 벗고 거리를 활보했다.

프라하에서 맛본 체코 전통 음식 꼴레뇨, 빈에서 고소함을 음미한 ‘오스트리아 돈까스’ 슈니첼, 부다페스트에서 긴 여행에 지친 구미를 되살려준 굴라시까지 오랜만에 만난 외국 음식을 입에 넣을 때마다 즐거운 콧노래가 저절로 흘러나왔다.

젊은 사람들은 휴대폰 구글맵으로 길을 찾아다녔고, 나이가 든 사람들은 여전히 종이지도를 보며 행선지를 확인하고 있었다. 제대로 길을 찾지 못해도 문제가 되는 것은 없었다. 가고 싶은 곳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실수하고 확인하는 과정이 즐겁고 행복한 여행의 일부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현지에서 부닥치는 모든 일이 다 기쁜 것은 아니었다. 물가는 상당히 올라 다소 부담을 줄 정도였다. 항공권 가격 및 호텔 숙박비도 껑충 뛰어 해외여행을 기대하는 사람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탓에 항공기가 러시아 영공을 피해 남쪽으로 돌아가는 바람에 비행시간이 1~2시간 늘어나기도 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3년 가까이 이어진 코로나19 탓에 관광기념품 가게 등 많은 관련업체가 문을 닫았다.

경제적 부담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행의 기쁨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었다. 자금 사정이 문제가 된다면 조금 덜 쓰고 아껴 쓰면 된다. 한 가족은 빈 호프부르크 왕궁 인근의 계단에 앉아 샌드위치에 음료수를 나눠 마시면서도 깔깔, 껄껄 웃고 있었다. 체코 체스키크룸로프의 중앙광장 벤치에 앉은 노부부는 파란 하늘을 쳐다보면서 크래커를 함께 먹으며 지난 세월을 추억하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이제는 여행을 떠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태우 선임기자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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