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애면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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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학(1955~ )

건너 바다는 치사량의 색을 벼리는 중 물결은 어떻게 붉은 색에서 코발트까지 넘실거리는 파문을 가시광선의 서랍 속에 쟁이었던가 자신이 왜 아름다운지 생각하는 래터럴 라인*이 뭉클해지면, 하늘은 바다의 며칠, 햇빛과 바다가 뒤바뀌면서 상형문자에 가까운 백열등 점등이 빨라지니까 바다는 열 마리의 들쇠고래 백 마리의 들쇠고래 천 마리의 들쇄고래의 지느러미와 합쳤기에 파도는 한 마리 들쇠고래의 뼈이면서 또한 불빛과 종소리가 교대로 솟아나며 고래 울음위의 노을까지 모두 파도의 명랑이라는 바다

*laterral line: 측선 혹은 옆줄이라고 한다. 어류의 몸 양옆에 머리에서 꼬리 쪽까지 줄 모양으로 길게 배열된 촉각기관이다.

- 시집 〈아침이 부탁했다, 결혼식을〉(2022) 중에서


밀도가 꽉 찬 시를 쓰는 이 시인의 신작시를 만나면 늘 경이롭다. 애면글면은 약한 힘으로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 애를 쓰는 모양을 이름인데, 그 모양은 바다의 모양이기도 하고 인간의 삶이 늘 가지는 모양이기도 하다. 이 시를 읽으며, 들쇠고래의 주 먹이가 오징어라는 사실과 어류의 몸통 옆줄이 사실은 ‘길게 배열된 촉각기관’이라는 사실도 알았다. 바다를 대상으로 놓고 이처럼 탁월하게 그려낸 시가 또 있었던가. 게다가 ‘고래 울음 위의 노을까지 모두 파도의 명랑이라는 바다’라니! 시가 가지는, 높고 깊은 경지의 언어는 언제나 인간의 정신을 고양한다. 성윤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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