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983. 오늘따라 돋봬

이진원 기자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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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부장

흔히들, 언론은 사실에 어긋나지 않게, 어법과 맞춤법에 맞게 기사를 쓰는 줄 알 것이다. 해서, 한때 언론사 당직기자가 했던 중요한 업무 가운데 하나는, 독자나 시청자의 문의 전화에 답하는 일이었다. 논쟁하다가 결판이 안 나면 신문사나 방송사에 물어보던 시절 이야기다. 하지만, 이젠 다 옛날이야기일 뿐. 요즘 신문들은 제목에서조차 오탈자와 비문을 양산하는 판이다.

〈“올 여름 92일 중 51일은 공쳤다”/외벽도장공의 삶, 비에 할퀴다〉

어느 전국지 제목인데, 두 가지 잘못이 있다. 먼저 ‘올 여름’은 한 단어이므로 ‘올여름’으로 붙여 써야 한다. 당연히, ‘올봄, 올가을, 올겨울’도 한 단어. 응용하자면 ‘지난봄, 지난여름, 지난가을, 지난겨울’도 한 단어다.

또 다른 잘못은 ‘할퀴다’다. 외벽도장공의 삶이 비에 할큄을 당한 상태라면 피동사를 써야 하기 때문이다.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표준사전)을 보자.

*할퀴이다: ①손톱이나 날카로운 물건에 긁혀 상처가 나다. ‘할퀴다’의 피동사.(그는 싸릿대와 밤나무와 떡갈나무의 가지에 얼굴과 목덜미를 찢기고 할퀴였다.〈한승원, 겨울 폐사〉) ②휩쓸리거나 스쳐 지나게 되다. ‘할퀴다’의 피동사.

이러니 ‘비에 할퀴이다’라야 했던 것.

〈민주 “외교참사 국민 삶 옥죄… 바로잡겠다”〉

이 제목에선 ‘옥죄’가 잘못. ‘옥죄’는 ‘옥죄다’의 어근일 뿐이기 때문이다. ‘되다’의 어근 ‘되’만으로 활용하지 않고 ‘되+어→돼’로 쓰듯이 ‘옥죄+어→옥좨’로 써야 했던 것. 그러니 〈갤럭시버즈 라이브, ‘수리하기 쉬운’ 영리한 디자인 돋뵈〉라는 제목에 나온 ‘돋뵈’ 역시 ‘돋봬’의 잘못이다.

〈이준석 측 “군사작전하듯 인위적 당헌개정” 국힘 “법원 지적따라 적법 절차”〉

이 제목에서는 띄어쓰기 잘못이 있다. ‘지적따라’를 ‘지적 따라’로 써야 했던 것. 표준사전을 보자.

*따라: (주로 ‘오늘’, ‘날’ 따위의 체언 뒤에 붙어)‘특별한 이유 없이 그 경우에만 공교롭게’의 뜻을 나타내는 보조사.(오늘따라 택시도 안 잡힌다./이상하게도 그날따라 전화가 많이 왔어요.)

즉, 앞말에 붙여 써야 하는 조사 ‘따라’는 공교롭다는 뜻이다. 반면 ‘지적 따라’에서 ‘따라’는 동사 ‘따르다’의 활용꼴인 것. 생긴 건 같지만 전혀 다른 말이다. 〈다대포 풍광따라 걷는 갈맷길〉이라는 제목에서 ‘풍광따라’ 역시 ‘풍광 따라’의 잘못이었다. 자, 이런 판이니 항상 비판적인 자세로 언론을 보시라고 권하는 것.


이진원 기자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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