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수의 치고 달리기] 언더독의 반란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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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부 기자

‘언더독(Underdog)의 반란’은 없었다. SSG 랜더스의 정규리그·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으로 끝난 2022 한국프로야구 이야기다. 키움 히어로즈는 정규리그 1위 SSG와 한국시리즈에서 팽팽한 대결을 펼쳤다. 많은 야구팬들은 정규리그 3위 키움이 1위 SSG를 잡고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는 반전 드라마를 꿈꿨다. 하지만 키움은 경기를 거듭할수록 수비 실책과 투수들의 난조가 거듭됐고, 결국 발목이 잡혔다.

올 시즌 한국 가을야구를 뒤돌아보며 씁쓸한 생각을 놓칠 수 없다. 홈 팀 롯데 자이언츠의 5년 연속 가을야구 탈락은 접어둔다. 한국프로야구에는 언더독의 반란을 기대할 구조가 마련돼 있는가 하는 점이다. 하위 팀이 상위 팀을 꺾고 우승할 수 있는 기반 말이다. 과연 KBO리그 챔피언을 가리는 대결 구도가 공정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키움이 이번 가을야구에서 치른 경기는 무려 15경기다. 준플레이오프 5경기, 플레이오프 4경기, 한국시리즈 6경기다. 반면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SSG가 치른 경기는 6경기에 불과하다. 9경기를 치르고 한국시리즈에 올라온 팀과 첫 경기를 치르는 팀이 똑같은 조건에서 경기를 치른다고 볼 수 있을까. 양 팀의 야구 실력을 떠나 체력적인 측면에서 동등하게 맞붙었다고 보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정규리그 1위 팀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은 필요하다. 144경기를 1위로 마친 만큼 그 가치는 인정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현행 한국 포스트시즌 체제에서 5위로 가을야구에 오른 팀이 한국시리즈에 오르려면 최소 8경기, 최대 12경기를 치러야 한다. 한국시리즈에 직행한 팀이 얻는 혜택은 너무나도 크다.

현행 가을야구 체제의 대안으로는 양대 리그가 거론된다. KBO는 1999년부터 2000년까지 당시 8구단 체제에서 드림리그·매직리그로 4팀씩 나눠 운영했다. 미국 MLB와 일본 NPB의 양대 리그를 참고해 만든 제도였다. 하지만 2년 만에 리그별 승률 편차에 따른 공정성 논란, 관중 수 감소 등으로 폐지됐다.

양대 리그 전환이 현행 KBO리그 포스트시즌의 문제 해결의 유일한 방안은 아닐 것이다.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포스트시즌의 시행 이유를 명확히 해야 한다. 선수들에게는 도전 의식을, 팬들에게는 야구의 재미를, KBO와 구단에게는 입장 관중 수와 부가 수익을 안겨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한 KBO의 역할은 중요하다. 프로야구에서 관중은 시작이자 끝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제약이 사라진 올해 KBO리그 전체 관중 수는 607만여 명이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보다 120만 명 줄어들었다. 총 관중 수 600만 명 시대도 무너질 위기에 놓였다. KBO는 프로야구 관중 감소의 원인이 무엇인지 뒤돌아봐야 할 때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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