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예산안 역대 최대인데… 장애인 사업은 줄줄이 삭감
자립생활지원센터 18곳 보조금
2019년 후 처음으로 삭감 편성
가족지원센터는 20% 넘게 감소
지역단체 “사회적 약자 우선” 촉구
시 주무 부서도 “예상 밖” 난처
역대 최대 규모인 내년도 부산시 예산안에서 장애인 지원 사업 예산은 줄줄이 삭감돼 장애인 기관과 단체에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0일 부산시에 따르면 2023년 부산시 예산안에서 부산지역 18곳 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에 지급되는 시비 보조금 예산 규모는 16억 2000만 원으로 올해보다 약 6174만 원 삭감됐다. 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는 장애인의 탈시설과 자립을 지원한다. 관련 예산은 센터 수가 18곳이 된 2019년 10억 6000만 원에서 매년 늘어 올해 16억 8174만 원이 됐다. 예산안이 확정되면 첫 삭감이 된다.
다른 장애인 지원 사업도 삭감을 피하지 못했다. 예산안에 따르면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를 교육하고 상담하는 장애인가족지원센터 예산은 올해 2억 5200만 원에서 내년 2억 원으로 20% 넘게 줄었다. 발달지연 장애 위험군 아동을 조기에 발견하고 개입하는 우라아이발달지원단 예산은 올해 3억 2850만 원에서 내년 3억 650만 원으로 삭감됐다.
부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는 지난 17일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부산시에 예산 증액을 촉구했다. 부산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관계자는 “내년도 부산시 예산이 사상 처음으로 15조 원을 넘겼지만 장애인에게 할당되는 몫은 오히려 줄었다”며 “내년 3월 5일 동안 개최되는 세계장애인대회에 예산 19억 원을 편성했는데, 부산시는 전시성 행사보다 사회적 약자를 우선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시 예산 편성 부서에서는 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에 대한 보조금 삭감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관련 예산이 지난해 과다하게 인상돼 올해는 '정상화'해야 한다는 이유다. 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는 국·시비를 함께 지원받는 센터 8곳과 시비만을 지원받는 센터 10곳으로 나뉘는데, 올해 시비 센터의 보조금 예산은 8100만~1억 4600만 원으로, 10곳 중 8곳이 지난해보다 2000만 원 늘었다.
부산시 예산담당관 관계자는 "올해 장애인자립생활지원센터 관련 예산은 부산시의회를 거치면서 전년 대비 20% 가까이 인상돼 과다 편성됐다"면서 "다른 사업과의 균형과 사업 실적 등을 고려했고, 장애인대회 개최와 예산 삭감은 무관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 김정철 센터장은 “치솟는 물가와 사무실 임대료, 인건비 등을 고려하면 현재 예산으로도 감당하기 어렵다”며 “지금까지 관련 예산이 해마다 증가됐지만 개별 센터에서는 증액을 체감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앞서 부산시 장애인복지과도 장애인 자립 사업에 대한 수요 증가와 물가 상승 등을 반영해 장애인자립생활센터 관련 예산으로 올해보다 증액된 22억 원 편성을 요청했다. 하지만 오히려 삭감돼 돌아온 예산안에 난처하다는 반응이다. 부산시장애인탈시설주거전환지원단에 따르면 2019년 이후 자립생활센터와 연계해 탈시설해 자립한 장애인은 70명에 이른다. 지난해 평가 미달로 지원액이 삭감된 센터 한 곳이 올해 재심사를 통과하면서 지원액을 원상 복구해야 하지만 현재 예산안대로라면 이조차도 할 수 없다.
현재 예산 규모로는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른 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최소 인력도 갖추기 어렵다. 보건복지부는 각 장애인자립생활센터에 소장과 사무국장 등을 포함해 최소 4명의 인원을 구성하라고 권고한다. 부산시 장애인복지과 관계자는 “현재도 예산이 부족해 시비 센터 10곳은 인력이 2~3명에 그치는 상황”이라며 “오는 24일 시의회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관련 예산이 증액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