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사법리스크 현실화… 야 ‘반발 속 당혹’ 여 “이성 찾아라”
정진상 등 최측근 줄줄이 구속
비명계 '이대론 안 된다' 분위기
강경파는 "맞서 싸워야" 목청
국힘 "방탄 인질에서 벗어나야"
현실이 된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 더불어민주당이 당혹해 하는 분위기다.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이어 정진상 당대표비서실 정무조정실장까지 이 대표의 최측근이 줄줄이 구속되면서 ‘대장동 의혹’은 이제 ‘검찰의 조작’이라는 논리로 반박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진입했다. 물러서기에는 너무 멀리 와 버린 민주당은 ‘총력 투쟁’을 예고하며 전열을 다졌지만,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이대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양상이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20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구속된 정 실장에 대해 “그간 아는 정보와 정 실장 본인의 여러 상황을 봤을 때 결코 검찰이 주장하는 바와 같은 일을 저지를 사람이 아니라는 게 저의 확신”이라며 “검찰이 너무 무도하게 일방적인 진술에만 의존하는 방식에 대해서는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고 검찰 수사를 비판했다. 이 대표는 전날 SNS에 “저의 정치적 동지 한 명이 또 구속됐다. 유검무죄 무검유죄”라며 “조작의 칼날을 아무리 휘둘러도 진실은 침몰하지 않음을 믿는다”며 ‘조작 수사’ 주장을 반복했다.
민주당은 임박해진 이 대표의 검찰 소환에 대비해 결사 항전 모드에 돌입했다. 친명(친이재명)계 지도부 인사는 “야권 인사들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는 차기 대권 주자인 이 대표와 함께 총선을 앞두고 제1야당도 죽이려는 것”이라며 “합심 단결해서 윤석열 검찰에 맞서 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배적”이라고 주장했다.
당내 강경파들이 ‘항전’을 주도하는 모습이다. 안민석·강민정·김용민·양이원영·유정주·황운하 의원은 지난 19일 서울 서울시청 근처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퇴진 촉구 촛불집회’ 연단에 올라 “윤석열 정부는 인간사냥을 멈춰라”며 이 대표 관련 수사를 성토했고,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장외투쟁 나가라’ ‘이재명을 지켜라’는 당원들의 요구가 빗발친다.
그러나 검찰이 아닌 법원이 이 대표 최측근 2인의 구속영장을 발부한 상황에서 마냥 ‘조작 수사’ 논리로 대응하다 여론의 역풍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중도 성향인 이상민 의원은 지난 16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김 부원장이나 정 실장의 의혹을 당 지도부가 나서서 총력을 기울여서 엄호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만약 (혐의가)사실일 경우 당이 그 리스크를 떠안게 되는 건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명계 일각에서는 8월 전당대회 때 ‘이재명 리스크’를 강도 높게 지적했음에도 팬덤에 떠밀려 당의 위기를 자초했다는 탄식도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 측근에 대해서는 지도부가 당력을 동원해 총력 방어에 나선 반면 최근 뇌물 혐의로 검찰 압수수색을 받은 노웅래 의원에 대해서는 당 차원의 지원이 전무했다는 점을 들어 ‘이재명 사당화’ 논란도 재점화될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이 대표 방탄을 위한 ‘인질’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내부 균열을 노렸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민주당이 법원이 8시간 넘는 직접 심문 끝에 정진상에 대해 발부한 구속영장이 조작이고, 인간사냥이라는 억지를 부린다”며 “민주당 의원들이 자신들을 인질 삼아 사지를 탈출하려는 이재명을 구하겠다는 비이성적 ‘스톡홀름 증후군’에서 벗어나기를 바란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민주당 강경파 의원들이 장외에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와 윤 대통령 퇴진을 요구한 데 대해서도 “‘닥치고 방탄’이 무엇을 위한 건지 국민들은 다 안다. 기승전 이재명 살리기”라고 비판했다.
장동혁 원내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이태원 참사 희생자 추모나 유가족의 치유는 안중에도 없고 이재명 대표 방탄을 위해 국가적 참사마저도 정치적 악용을 서슴지 않는 야당 의원 7명이야말로 그들이 말한 ‘이태원 참사 7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