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피해국, 보상 길 열린다… COP27 극적 합의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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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회 결정문 채택
손실·피해보상 기금조성 담겨
보상 외면 선진국들 합의 ‘의의’
구체적인 보상 대상 논의 안 돼
기금운용 방식 놓고도 격론 예상

한 기후활동가가 19일(현지시간)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한 회의장 앞에서 지구온난화 관련 그림을 든 채 시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한 기후활동가가 19일(현지시간)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한 회의장 앞에서 지구온난화 관련 그림을 든 채 시위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제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7)가 기후재난 피해 국가를 위한 보상 기금을 마련하는 데 극적으로 합의했다. 다만 구체적인 재원 조달·기금 운용 방안은 논의되지 않아 아쉽다는 평가도 나온다.

COP27 의장인 사메 수크리 이집트 외무장관은 20일(현지시간) ‘손실과 피해’ 보상을 위한 기금 조성 등 내용을 담은 총회 결정문이 당사국 합의로 채택됐다고 밝혔다. 손실과 피해 보상을 위한 기금은 선진국의 탄소 배출로 인한 기후 위기로 피해를 입은 개발도상국 등을 지원하는 데 쓰인다.


올해 처음 정식 의제로 채택된 손실과 피해 보상 문제는 총회 내내 최대 화두였다. 당초 공개된 COP27 합의문 초안에 담기지 않아 ‘반쪽짜리’라는 비판이 일었지만 연장 협상 끝에 극적 합의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도상국들은 기후변화로 이상기후가 잦아진 데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식량난, 고물가, 달러 강세 등이 겹쳐 최악의 피해가 발생했다고 호소했다. 파키스탄의 경우 대홍수로 국토의 3분의 1이 물에 잠겼으며, 17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중국, 아프리카, 미국 서부 등에도 전례 없는 가뭄이 닥쳐 큰 피해가 발생했다.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가 위협받는 카리브해·남태평양 섬나라들도 선봉에 서 보상 재원 마련을 촉구했다.

그러나 보상에 합의할 경우 무한한 책임을 지고 천문학적인 액수를 보상해야 한다는 점 등으로 인해 선진국들의 저항도 거셌다. 올 6월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에 가장 취약한 55개국은 지난 20년간 기후 재앙 피해액을 5250억 달러(705조 원)로 추정했다. 일부 조사에는 2030년까지 5800억 달러(778조 원)로 추산되기도 했다.

이에 그간 회피하던 선진국들이 기금 마련에 합의했다는 점에서 이번 총회 결정문은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덴마크, 벨기에, 독일 등 일부 유럽 국가는 손실과 피해 보상을 지지한다는 상징적인 의미로 소액의 부담금을 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번 총회가 정의를 향한 중요한 발걸음을 내디뎠다”면서 “충분하지 않겠지만, 무너진 신뢰를 재건하기 위해 절실히 필요한 신호”라며 합의를 반겼다. NGO단체와 개발도상국들도 “역사적 합의”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기금 조성에는 합의했지만, 구체적인 보상 대상을 두고는 아직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어떤 피해를 어느 시점에서부터 보상할지, 누가 어떤 방식으로 보상액을 얼마나 부담할지 등 기금운용 방식도 정해지지 않았다. 유럽연합(EU)은 이번 총회 기간 중 내놓은 중재안에서 개발도상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온실가스 배출 비중은 큰 중국 등도 보상금 공여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세계자원연구소 측은 “개발도상국들은 기금이 어떤 방식으로 감독 될지에 대해 확신이 없이 (COP27이 열린)이집트를 떠났다”고 밝혔다. 이에 세부 사항을 두고 내년 열리는 회의에서 격론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선진국들은 이번 합의가 ‘기금 지원 의무’를 나타낸 건 아니라는 뜻도 내비쳤다. 미국 정부의 고위 관계자는 CNN 등과의 인터뷰에서 “기금의 재원과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합의일뿐, (재원 마련에 대한)법적 의무나 보상금 조항을 포함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총회에서는 2015년 파리 기후협정에서 언급된 지구 온도 상승 폭 1.5도 제한 목표와 지난해 글래스고 총회에서 정한 석탄화력발전의 단계적 축소도 유지하기로 했다. 석유, 천연가스 등도 줄이자는 제안이 나왔지만 당사국 전체 동의를 얻지 못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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