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한국과 일본, 얼마나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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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겸 팬스타그룹 회장

국제통화기금(IMF)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추정치 발표에 한국 언론이 호들갑을 떨었다. 한국 1인당 GDP가 일본과 766달러밖에 차이가 나지 않고, 각국 물가 수준을 반영한 구매력 평가(PPP)는 오히려 한국이 일본을 능가했다는 내용 때문이었다. 물론 GDP에선 일본이 한국을 월등히 앞섰다. 한국은 그것이 무엇이든, 일본을 앞선 것에 대해 지나칠 정도로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는 스포츠에서도 격한 반응을 보인다. 오죽하면 한국을 ‘일본을 얕보는 세계 유일의 나라’라고 했을까.

올해 출간된 한·일관계서 중에 〈당신은 한국을 아십니까〉라는 스즈키 다카히로의 신작이 있다. ‘또 하나의 한국론’이란 부제가 붙었는데, 혐한론과는 사뭇 다른 시각이라서 흥미롭다. 내용 중에 ‘한국을 차별하는 유일한 나라, 일본’이라는 대목은 ‘일본을 무시하는 유일한 나라, 한국’이라는 우리 처지와 묘한 대구를 이뤘다. 아무튼 세월은 흘러, 한류가 전 세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21세기 초엽임에도, 일본은 한국을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차별하는 국가’라고 한다.

우리, 일본 얕보는 유일한 나라

일, 혐한론 다른 시각 출간 화제

편견 버리고 사실 받아들여야

새로운 역사 비로소 열릴 것

스즈키 다카히로는 올해 80세의 지한파 목사다. 혐한론을 부추기는 서적이 일본 서점가에 난무하는 상황에서 그의 책은 울림이 컸다. 재일 한국인의 영향으로 목사의 길을 걷게 된 그는 새로운 국제화 시대가 도래한 이때, 이상하리만큼 한국인을 경멸하는 일본 사회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한국인이 평화의 소녀상을 세우고 강제징용 노동자 문제를 거듭 거론하는 이유를 일본인은 왜 아예 알려고도 하지 않을까, 라고 의문을 품으면서 글을 썼다고 한다.

그는 1965년 한·일기본조약에 대해서도 “일본은 한국에 도움의 손길을 준 것이 아니라, 상대가 곤란할 때 불평등 조약이라는 무거운 짐을 또 안기고 말았다”라고 했다. 한국의 경제 발전에 대해서는 “한국은 일본을 따라오기까지 무려 100년의 국가적 고난과 굴욕의 시대를 보냈다”라면서 “그 과정을 거쳐서 한국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국가가 됐음을 일본이 알아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또 “경제적으로 강해졌다기보다는 국제사회 속에서 정신적으로 강해진 측면을 간과해선 안 된다”라는 말로 일본의 성찰을 압박했다.

그의 책 제목은 ‘당신은 일본을 아십니까?’로 바꿀 수 있을 것 같다. 그가 한국에 대한 일본의 시각 교정을 촉구했다면, 우리도 시선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그래야 그의 지적처럼 ‘국제사회에서 정신적으로 강해진 대한민국’을 확인할 수 있을 테다. 일본과 일본인에 관한 탐구서는 사실 그동안 숱하게 출간됐다. 〈일본은 없다〉(전여옥·1997), 〈축소지향의 일본인〉(이어령·2008)은 한때 베스트셀러였다. 지금도 ‘일본 읽기’ 류의 책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대 일본연구소 교수들이 2018년 출간한 〈난감한 이웃 일본을 이해하는 여섯 가지 시선〉은 모순이란 키워드로 일본인을 분석했다. 우리 성질 같으면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하나의 기준을 세워야 할 것 같은데, 책은 불편해도 그렇게 보아야 일본을 그나마 이해할 수 있단다.

코로나19 이후 출간된 책 중에는 〈선을 넘는 한국인, 선을 긋는 일본인〉(한민·2022)이 있다. 비교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지만, 30년 넘게 일본을 오가며 수많은 일본인 사업가를 만난 경험을 토대로 할 때 칼로 무 베듯 한 국가와 국민을 진단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묘하게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지점은 분명히 있었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하역 대응에서 그런 부분을 느꼈다. 한국은 무전으로 검역 상황이 확인되면 일단 화물 하역이 허용된다. 그러나 일본은 공무원이 직접 승선하고 승무원과 승객까지 모두 검사해야 하역이 가능해진다. 한국 관료가 확실히 유연하다. 그러나 합의가 이뤄지면 규정을 좀처럼 바꾸지 않는 일본이 사업가에게는 오히려 안정감을 줄 때가 더 많다. 그래서 설득에 주안점을 둔다.

코로나19 이후 오랜만에 한·일 간 뱃길이 다시 열리고 있다. 아직 화물 중심이기는 하지만 곧 배를 타고 두 나라를 오가는 관광객이 늘 것이다. 세상은 변했고, 앞으로 더 크게 바뀐다. 서로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사실을 사실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새로운 길, 새로운 역사가 열릴 수 있다. 지금이 그 변화의 꿈을 함께 꿀 때다. 변화에 빠르고 능동적인 한국과 철저한 준비에 진심인 일본이 서로의 장점을 소통한다면 좋을 것 같다. 그 시작이 뱃길이라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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