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질 개선과 먹는 물 문제 분리 추진
정부 정책적 수용 적극 고려해 볼 만

'2022 낙동강 맑은 물 포럼'이 28일 오후 부산 롯데호텔에서 열려 주제 발표자와 패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일보〉 주최로 28일 열린 ‘2022 낙동강 맑은 물 포럼’은 부산의 깨끗한 식수 확보 문제를 주제로 삼아 큰 틀에서의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식수 불안을 해소하고 안전한 물을 공급받는 것은 부산시민의 오랜 숙원이다. 이날 포럼에서는 낙동강 수질 개선과 먹는 물 문제를 구분해서 부산·경남의 취수원 다변화를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주를 이뤘다. 이런 논의와 주장이 새삼스럽진 않으나 해당 분야 최고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 낙동강 물 정책의 이원화가 대세라는 사실을 확인한 점은 주목되는 바다. 정부가 구체적인 정책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수용할 현실적 대안으로 평가할 만하다.

이날 포럼에서 지적된 것처럼, 낙동강 하류를 상수원으로 관리하는 것은 사실상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다름없다. 20여 년간 수질 개선에 투입된 22조 5000억 원이라는 막대한 비용이 이를 증명한다. 각종 오염에 노출된 낙동강 하류는 중상류보다 수량이 월등히 많아 상수원으로 관리하는 데 효과를 거두기 힘든 게 사실이다. 강 전역의 수질 개선에 매달리기보다 부산·경남의 상수원 수질 개선에 선택과 집중의 묘를 살리는 한편 안전한 상수원을 개발하는 취수원 다변화 정책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면서 오염총량관리제 등을 통해 낙동강 수질 관리에도 효율성을 높여야 하는 건 물론이다.

부산시민이 먹는 물에 예민한 것은 소중한 생명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오랜 세월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낙동강 하류의 수질 개선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는 와중에 한정된 취수원에 의지해 온 시민들은 늘 불안감에 시달려야 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타 시도에 비해 부산에 암 환자 비율이 높고 규명되지 않은 악성 질환자가 많이 발생하는 이면에 물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끌었는데, 결코 가벼이 볼 수 없는 발언이다. 취수원을 다변화해도 여전히 절반가량은 낙동강을 식수원으로 사용하는 현실도 직시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가 ‘친환경 자연정화 시스템’을 비롯한 각종 고도정수처리 방안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

물 문제 해결의 근본 대책으로 추진 중인 취수원 다변화는 지금 지역 갈등에 발목이 잡혀 있다. 상수원 문제가 해결되면 낙동강 수질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지도 모른다는 불안감도 없지 않다. 그렇다면 수질 개선과 먹는 물 정책의 이원화가 이를 해결할 단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 이번 포럼을 통해 논의되고 공감대를 이룬 내용들은 더욱 폭넓게 공론화되는 과정이 필요하다. 수질 개선에 방점을 찍는 환경단체도 먹는 물 문제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변화가 요구된다. 창녕·함안보 사업소에서 ‘낙동강 하류 취수원 다변화 사업’의 첫 민관협의체 회의가 오늘 열린다. 정부가 지역 주민의 절박한 의견들을 빈틈없이 청취해서 물 정책 이원화의 방향을 잘 풀어 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