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부산항대교 야경이 더욱 아름다워져야 하는 이유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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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성 스포츠라이프부 차장

부산 하면 바로 떠오르는 이미지는 바로 아름다운 야경입니다. 부산이 우리나라 관광 산업의 미래를 주도할 ‘국제관광도시’로 선정된 것도 ‘밤의 도시’ 부산의 황홀한 야경이 한몫했습니다. 산과 바다, 강, 그리고 다닥다닥 붙어 있는 원도심 특유의 주거 공간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야경은 뭇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합니다. 전국의 내로라하는 관광 도시들이 야간 경관 사업에 앞다퉈 나서고 있지만, 부산만이 가진 천혜의 자연, 도심 풍광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 야경에 비하면 한참은 멀었습니다.

들어가는 말로 부산의 야경을 꺼낸 이유는 부산항대교 야간 경관 조명에 대한 아쉬움 때문입니다. 몇년 전 야경 명소로 이름난 광안대교와 부산항대교의 야간 경관 조명을 대조해 본 적이 있습니다. 경관 조명 등수는 광안대교가 7011개인 반면, 부산항대교는 35% 수준인 2446개에 불과했습니다. 부산항대교의 경관 조명에 드는 전기료는 광안대교의 절반 수준이었습니다. 교량 길이 등 규모에서 차이가 있어 단순히 견주긴 어렵지만 시민과 관광객들이 체감하는 두 교량의 야간 경관 차이는 현격합니다.

‘세계 최대 규모 미디어 파사드 적용’ ‘세계 최초 음향 설비 연동 연출 조명’ 등 돋보이는 광안대교 경관 조명을 설명하는 수식어들도 참 많습니다. 경관 조명 프로그램에서도 큰 차이를 보입니다. 광안대교는 사계절 다른 조명을 연출하고, 하루 세 번 이벤트 조명과 연출 조명을 뽐냅니다. 설이나 추석, 어린이날, 성탄절 등 특별한 날에는 색다른 조명도 선보입니다. 이에 비하면 부산항대교의 경관 조명은 상대적으로 단조롭기 그지없습니다.

경관 조명 연출 시간도 부산항대교는 오후 8시부터 11시까지입니다. 새해 첫날이나 설 연휴 등 특별한 날에 연출 시간이 1시간 연장되는 게 고작입니다. 반면 광안대교는 평일은 일몰 이후부터 자정까지, 공휴일 전날이나 주말에는 다음 날 오전 2시까지 조명을 밝힙니다.

광안대교가 부산의 대표적 야경 명소로 강력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사이 부산항대교 야경의 존재감은 아직 미미합니다. 원도심 주민 중 일부는 광안대교와 부산항대교의 경관 조명 수준 차를 동서 격차 또는 원도심·서부산 홀대로 받아들이기도 합니다. 동구와 중구, 영도구, 남구에서 부산항대교를 조망할 수 있는 원도심 일대 주민은 60만 명이 넘는다고 합니다. 부산 인구의 약 20%나 됩니다.

부산항대교의 경관 조명을 하루빨리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부산항 북항 일대가 현재 우리나라가 유치하려는 2030부산월드엑스포의 개최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내년 3월 말 또는 4월 초에 국제박람회기구(BIE)가 진행하는 개최지 선정 현장 실사를 받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봄이 완연한 때에 부산항 북항 일대의 시각적인 아름다움과 장점을 BIE 실사단에 보여 주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국내에서 가장 긴 사장교인 부산항대교는 이제 부산 원도심과 북항재개발의 상징이 됐습니다. 부산항대교의 경관 조명을 더 아름답게 만든다면, BIE 실사단이 부산항 북항 일대 야경이 가진 경이로움에 더욱더 빠져들고, 우리는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요?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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