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않은 벤투 리더십 진심이 통했다[여기는 카타르]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4년 4개월’ 최장수 대표팀 감독 타이틀
대표팀에 ‘빌드업 축구’ 철학 줄곧 고수
성적 부진 땐 “고집불통” 경질 여론도
선수·감독 신뢰 바탕으로 월드컵 성과
뚝심과 배려 ‘4강 신화’ 히딩크와 닮아

사상 두 번째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끈 벤투 감독의 리더십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앞서 가나전 종료 후 손흥민을 위로하는 모습. 연합뉴스 사상 두 번째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끈 벤투 감독의 리더십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앞서 가나전 종료 후 손흥민을 위로하는 모습. 연합뉴스

사상 두 번째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끈 벤투 감독의 리더십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포르투갈전을 앞두고 훈련장에서 세르지우 코스타 수석코치와 얘기하는 벤투 감독. 작은 사진은 앞서 가나전 종료 후 손흥민을 위로하는 모습. 연합뉴스

‘원정 월드컵 두 번째 16강 진출’을 달성한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파울루 벤투(54) 감독의 ‘뚝심 리더십’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한국 대표팀만의 축구 색깔을 만들기 위한 벤투 감독의 진심 어린 노력이 월드컵 본선에서 빛을 보고 있다. 벤투 감독과 대표 선수들의 승리에 대한 굳은 믿음은 또 한번 ‘도하의 기적’을 기대하게 만드는 충분한 이유가 된다.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포르투갈전을 앞두고 훈련장에서 세르지우 코스타 수석코치와 얘기하는 벤투 감독. 연합뉴스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포르투갈전을 앞두고 훈련장에서 세르지우 코스타 수석코치와 얘기하는 벤투 감독. 연합뉴스

■4년 넘게 쌓은 진심, 성과가 되다

벤투 감독이 한국 대표팀과 인연을 맺은 기간은 4년을 훌쩍 넘겼다. 벤투 감독은 4년 4개월째 한국 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으면서 ‘최장수 대표팀 감독’이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벤투 감독은 러시아 월드컵이 끝난 직후인 2018년 8월 파란 눈의 대표팀 감독으로 첫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중국 프로축구 충칭 당다이 리판 감독이던 그가 한국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되자 축구 팬들은 ‘벤투 축구’에 대한 궁금증이 커졌다.

벤투 감독은 부임하자마자 자신만의 축구 철학을 한국 대표팀에 이식시키려 애썼다. △탄탄한 수비를 바탕으로 한 간결한 패스 △치열한 몸싸움을 통한 중원 장악 △좌우 풀백의 활발한 움직임 등을 강조하는 ‘빌드업(Build-up) 축구’였다. 벤투 감독의 기본 전술인 ‘4-2-3-1’은 그때부터 줄곧 이어지고 있다. 벤투 감독은 전술을 바탕으로 각 포지션을 책임질 선수 찾기에 총력을 기울였다. ‘선수 선발은 전술에 맞춘다’는 그의 축구 철학은 감독 부임부터 지금까지도 변함이 없다.

그의 이런 우직함은 성적이 따르지 못할 때 ‘고집’으로 비쳤고, 여론의 비판에 부딪히기도 했다. 전술이 단조롭고 ‘플랜 B’가 없다는 지적 말이다. 2021년 3월 열린 한·일전에서 0-3으로 졌을 때는 벤투 감독을 경질해야 한다는 여론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월드컵 개막을 불과 5개월 앞둔 지난 6월, 브라질과의 평가전에서 1-5로 졌을 때도 어김없이 벤투 감독의 지도력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벤투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오히려 손흥민(토트넘 홋스퍼)과 황인범(올림피아코스), 황의조(올림피아코스), 황희찬(울버햄프턴 원더러스), 김진수(전북 현대), 김민재(SSC 나폴리), 김영권(울산 현대) 등 핵심 선수들에게 빌드업 축구를 지속해 주입했다. 선수들이 스스로 전술을 풀어나갈 수 있을 만큼 체득하도록 한 것이다. 선수들은 점점 ‘벤투 축구’를 신뢰했고, 그 신뢰는 ‘원정 두 번째 16강 진출’이라는 성과로 돌아왔다.


■선수에 대한 배려, ‘원 팀’ 향한 원동력

벤투 감독은 이번 월드컵 본선 무대에서 선수들에 대한 배려를 말과 행동으로 직접 옮기고 있다. 벤투 감독은 4일(한국시간) 오후 10시 열린 브라질과의 16강전 경기 전 공식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잃을 것이 없다. 경쟁하고 끝까지 의지를 보여 주는 것이 중요하고, 이런 정신이면 못할 것이 없다”고 선수들을 독려했다. 이와 동시에 “더 이상 선수들에 대한 동기 부여는 필요하지 않다. 오히려 선수들이 나의 동기부여가 된다”며 선수들에 대한 굳건한 신뢰를 드러냈다.

벤투 감독은 지난달 28일 조별 예선 가나전에서도 주심이 납득하기 어려운 경기 종료를 선언하자 그라운드로 뛰쳐나갔다. 손흥민 등 선수들의 퇴장을 우려해 주심에게 강하게 항의했고, 결국 본인이 레드카드까지 받았다. 이 상황에 대해 벤투 감독은 “선수들에게 미안하다”고 밝혔다. 선수단은 벤투 감독의 진심을 느꼈고, 포르투갈전 승리와 조별 예선 통과로 보답했다.

벤투 감독은 포르투갈전이 끝난 다음 날인 지난 4일 훈련 대신 휴식을 선택하며 선수들의 체력 회복에 더 신경 썼다. 그는 한낮 기온이 섭씨 30도를 웃도는 카타르 도하 현지 날씨를 살피며 훈련 시간을 유연하게 조정하는 등 선수단의 컨디션 유지에도 세심한 배려를 잊지 않고 있다. 전술에 대해서는 강고하면서도 선수들에 대해서는 따뜻함을 잊지 않는 벤투 감독은 20년 전 ‘4강 신화’를 이끈 히딩크를 연상케 한다. 이런 벤투 리더십은 마침내 이번 월드컵에서 외국인 감독 중 유일하게 토너먼트에 진출하는 결과로 빛을 발하고 있다.

도하(카타르)=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