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의회, 카스티요 대통령 탄핵… 국가 격랑 속으로
의원 3분의 2 이상 소추안 찬성
위헌적 의회 해산 시도가 원인
시민들 거리로 나와 찬반 집회
중남미 페루의 페드로 카스티요(53)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페루 의회에서 가결 처리됐다. 이로써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3번째 탄핵 위기에 몰렸던 카스티요 대통령은 곧바로 대통령직을 잃게 됐다. 하지만 페루 내부에서는 대통령의 탄핵을 둘러싸고 찬반으로 국론이 갈려져 있어 페루 정국은 극심한 혼란에 휩싸이고 있다.
7일(현지시간) AFP·로이터통신과 페루 일간 안디나·엘코메르시오 등에 따르면 페루 의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강행 처리했다. 탄핵안은 재적의원(130명) 3분의 2가 넘는 87명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되는데, 의결정족수를 훨씬 넘긴 101명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여당 50석과 야당 80석으로 구성된 의회 의석 분포를 고려하면 20명 이상의 여당 의원도 대통령 탄핵에 가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호세 윌리엄스 사파타 의장은 “카스티요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하고 위헌적인 방식으로 그 기능을 방해하려 했다”며 대통령 탄핵 사유를 설명했다.
앞서 의회가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자 카스티요 전 대통령은 의회 해산 카드로 맞섰다. 카스티요 전 대통령은 의회에서 자신의 탄핵안을 다루기 10시간 전에 대국민 TV 연설을 통해 ‘비상정부’ 수립을 선언한 뒤 “현재의 의회를 해산하고 새로운 총선을 시행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날 연설은 이례적으로 자정에 진행했다.
그는 “법치와 민주주의 회복을 바라는 민심에 따른 결정”이라고 당위성을 내세우면서 사법부와 헌법재판소, 경찰 등 수뇌부의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했다. 이날 밤부터 야간 통행(오후 10시∼다음 날 오전 4시)을 금지하는 시행령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야당을 비롯한 페루 각계에서는 ‘국가의 정치적 위기를 악화하는 쿠데타 행위’라며 강하게 성토했다. 부통령을 비롯한 일부 내각 인사도 대통령에 등을 돌렸다. 디나 볼루아르테 부통령은 트위터에 “나는 의회를 해산함으로써 헌법 질서를 깨뜨리려는 페드로 카스티요의 결정을 거부한다”며 현직 부통령까지 대통령의 결정에 반기를 들었다.
대통령의 탄핵 소식이 알려지자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찬반 집회를 개최하는 등 페루 사회는 극심한 혼란 양상을 보이고 있다. 리사 켄나 주페루 미국대사는 트위터에 “미국은 카스티요 대통령이 의회를 폐쇄하려는 시도를 번복하고, 의회가 헌법에 따라 주어진 권한 행사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쓰기도 했다. 연합뉴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