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스텝’ 남은 메시의 ‘라스트 댄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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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와 4강전서 1골 1도움
아르헨티나 3-0 승리 결승행 주도
2014년 대회 준우승 아픔 딛고
생애 마지막 월드컵서 우승 기대
“사우디아라비아전 패배 이후
다섯 번의 경기 모두 ‘결승전’
진짜 결승전서 승리하고 싶어”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파리 생제르맹)가 이끄는 아르헨티나가 8년 만에 월드컵 결승전에 진출했다. 메시는 자신의 축구 인생에서 마지막 소원인 ‘월드컵 우승’까지 단 한 경기만을 남겨두게 됐다. 메시는 이번 월드컵 득점 1위에도 오르며 화려한 마지막 스텝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아르헨티나는 14일(한국시간) 오전 4시 카타르 도하 루사일 아이코닉 스타디움에서 열린 국제축구연맹(FIFA) 2022 카타르 월드컵 4강전 크로아티아와의 대결에서 3-0으로 이겼다. 아르헨티나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이후 8년 만에 결승전에 오르며 통산 세 번째 우승을 눈앞에 두게 됐다.

아르헨티나는 전반 초반부터 메시와 훌리안 알바레스(맨체스터 시티) 최전방 투톱을 중심으로 중앙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동시에 좌우 양쪽 풀백 선수들이 활발하게 크로아티아 진영을 깊숙이 침투하면서 5백 전술로 맞선 상대 수비 진영을 무력화했다. 아르헨티나는 전반부터 크로아티아를 압박하며 경기 주도권을 가져왔다. 메시는 탁월한 볼 소유 능력을 바탕으로 아르헨티나의 공격을 주도하며 후배 선수들에게 수시로 절묘한 패스를 배달했다.

아르헨티나의 첫 골은 전반 34분 나왔다. 알바레스가 페널티 지역으로 몰고 가는 과정에서 크로아티아 골키퍼 도미니크 리바코비치(GNK 디나모 자그레브)의 파울이 발생했다. 이탈리아 세리에A 리그에서 활약하는 다니엘레 오르사토 주심은 곧장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페널티킥 키커로 메시가 나섰다. 메시는 앞선 경기에서 골키퍼의 사전 움직임을 역이용해 가볍게 툭 찼던 페널티킥과는 달리 그물 오른쪽 상단을 향한 강한 킥으로 선제골을 만들어 냈다.

이 골로 메시는 카타르 월드컵 5번째 골을 성공시키며 파리 생제르맹 동료인 킬리안 음바페와 득점 공동 1위에 올라섰다. 이와 함께 메시는 월드컵 통산 11골을 달성하며 가브리엘 바티스투타(10골)를 제치고 아르헨티나 월드컵 최다 득점 단독 1위에도 올랐다.

아르헨티나는 불과 5분 뒤 알바레스의 50m 돌파 골로 두 번째 득점을 기록했다. 알바레스는 전반 39분 중앙선에서부터 혼자 드리블해 크로아티아 수비수 4명을 제치는 원맨쇼를 펼치며 두 번째 골을 완성했다.

2-0으로 앞선 채 후반을 시작한 아르헨티나는 공격 고삐를 늦출 생각이 전혀 없었다. 크로아티아가 수비수 한 명을 빼며 공격을 강화하자 넓어진 틈을 더욱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메시 역시 자신의 ‘라스트 댄스’를 향한 속도를 끌어올렸다.

메시는 후반 24분 이번 대회 크로아티아의 결승 도전을 가능하게 한 수비수 요슈코 그바르디올(RB 라이프치히)과의 1대 1 대결에서 승리한 뒤 골문으로 파고들었다. 메시는 곧장 골문 앞에 있던 알바레스에게 패스했고, 알바레스는 이를 오른발로 툭 차 넣으며 자신의 두 번째 골을 완성했다. 아르헨티나는 메시(1골 1도움)와 알바레스(2골)의 활약 속에 루카 모드리치(레알 마드리드)가 버틴 크로아티아를 3-0으로 완파하고 2014 브라질 월드컵 이후 8년 만에 결승에 진출했다.

메시는 경기가 끝난 뒤 “최고의 순간이다”며 “우리는 힘든 시간을 겪기도 했지만, 오늘 밤 멋진 경험을 할 기회를 얻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메시는 “사우디아라비아전 패배(1-2) 이후 다섯 번의 ‘결승전’을 치렀고, 여섯 번째 진짜 결승전에서 승리하고 싶다”고 우승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아르헨티나는 1986년 멕시코 대회 이후 36년 만에 월드컵 우승에 도전한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당시에는 디에고 마라도나가 있었고, 이번 대회에는 메시가 버티고 있다.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메시의 마지막 월드컵이 될 이번 대회에서 ‘전설’ 마라도나의 모습이 메시에게 그대로 재연되길 꿈꾸고 있다.

메시 역시 자신의 마지막 월드컵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세계 최고 축구 선수의 상징인 발롱도르를 7차례 받았고, 전 소속팀 FC 바르셀로나와 현 소속팀 파리 생제르맹에서 수없이 많은 우승 트로피를 탔지만, 월드컵과의 인연은 쉽사리 닿지 멀었다. 메시는 8년 전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도 결승전에 올랐지만, 준우승 트로피를 받고 초라한 모습으로 그라운드를 떠났다. 마라도나, 펠레(브라질)와 함께 ‘축구의 신’으로 불렸지만, 월드컵 우승은 메시에게 여전히 풀지 못한 숙제로 남아 있는 셈.

메시의 ‘라스트 댄스’가 될 2022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은 19일(한국시간) 0시 루사일 아이코닉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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