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문재인 정부 경제말뚝 들어내기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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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동진 서울경제팀장

문재인 정부 때 추진한 ‘소주성 정책’ 대손질
주 52시간 재검토·탈원전도 원전산업 부활로
문 정부 때 올린 법인세 최고 세율도 인하돼야
문재인 "아직 실패 아니다. 정책은 길게 봐야”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시작된 이른바 ‘소주성(소득주도성장) 정책’은 최근 들어 이상만 좇고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한 ‘섣부른 시도’였다는 쪽으로 결론이 나고 있다. 그 정책의 핵심인 주52시간 근무제와 최저임금제 대폭 인상은 적지 않은 ‘탈’을 불러왔다.

문재인 대선 후보는 ‘2020년까지 시간당 최저임금 1만 원 달성’을 공약했다. 근로자들이 적정 임금을 지급받게 되면 소득이 증가하고 생활의 여유도 가지게 된다는 장밋빛이었다. 이후 당선되면서 그해 결정된 2018년도 최저임금은 시간당 7530원으로 전년 6470원보다 16.4% 인상됐고, 2019년도 최저임금 8350원은 전년 대비 10.9% 올랐다.

하지만 가내수공업,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의 경우 임금부담으로 기존 인력을 축소하거나 내보낸 뒤 직접 장사를 하는 곳이 늘어났다. 폐업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문 정부 출범 전 수도권에서 6000~7000원 하던 국밥 한 그릇이 이젠 1만 원으로 급등했고, 사회 전방위로 물가가 올랐다.


임금 올려 국민들 잘 살게 해주겠다고 했지만 오히려 2년 연속 최저임금 두자릿수 인상이후 “못 살겠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왔다. 이후 속도조절론이 제기되면서 최근 최저임금은 3년째 한 자릿수 인상에 머무르고 있다.

주 52시간제도 그 못지 않다. 2018년 7월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에 우선 적용된 후 지난해 전면 시행됐다. 문 정부는 이 제도가 근로자들에겐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여유로운 생활을 보장하게 하고, 기업들에는 고용 확대가 기대된다고 했다.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워라벨 풍조’가 생겨나면서 평일 저녁과 주말에 레저나 취미를 즐기는 이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근무시간 초과임금으로 생활자금을 충당해오던 일부 근로자들의 경우 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다. 임금감소에 못살겠다며 전국 버스파업 같은 노사분쟁이 촉발됐다.

이처럼 주52시간제와 최저임금 급등이 경제여건에 대한 충분한 검토와 사회적 공감대 없이 급속도로 확대 시행되면서 당초 취지의 순기능보다는 부작용 내지 역효과가 더 부각됐다.

진보 정책가로 활동해온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장 등 일부 진보론자들도 “문 정부의 소주성 정책이 실패했다”고 할 정도였다. 세계적인 경제학자인 로버트 배로 하버드대 교수도 지난달 방한해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했던 소득주도성장은 한국의 경제성장 배경과 부합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올해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최근들어 문 정부에서 어설프게 심어놓은 ‘대말뚝’들을 곳곳에서 걷어내고 있다.

윤 대통령은 13일 국무회의에서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전날 노동개혁 과제로 제시한 정부 권고안에 대해 “권고 내용을 토대로 조속히 정부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권고안은 주52시간제(기본 40시간, 연장 12시간)의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현행 ‘주 단위’에서 최대 ‘연 단위’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한전 대규모 적자를 낳은 탈원전 정책 기조도 새 정부 출범과 함께 180도 바뀌었다. 윤 정부는 오히려 ‘원전 산업 부활’을 내걸었다. 윤 정부는 7월에 3·4호기 건설 재개를 확정했다.

문 정부가 2018년 올린 법인세 최고 세율에 대해서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경제계 안팎에서 나온다. 당시 22%에서 25%로 올렸는데, 한국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외국인의 설비투자가 주요국 가운데 가장 크게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설비투자는 투자 유치 조건 등과 함께 법인세율 등 세금 부담이 낮은 나라로 몰리게 된다. 외국인 투자가 줄면 고용 창출과 기술 이전 등의 효과를 누릴 수 없어 국가 경쟁력이 약화된다. 미국은 2017년 말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크게 낮췄고, 스페인 3% 인하, 프랑스 8.3% 인하 등으로 기업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2017년 8월 문 정부에서 발표한 ‘건강보험 보장 강화 정책’도 “재정누수가 심각하고… 대다수 국민에게 그 부담이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규모 손질에 나설 분위기다. 문 정부가 잘못 심어놓은 말뚝을 들어내는 데 드는 행정력과 비용도 엄청나다.

이처럼 소주성 정책 실패에 대한 반성이 절실한 상황임에도 문 전 대통령은 최근 “고용시장 충격을 들어 실패라고 단정한 것은 매우 아쉽다. 긴 안목의 정책 평가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SNS를 통해 항변했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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