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개월 이상 아동학대에 사망…무관심·안일 행정에 ‘골든 타임’ 놓쳐
금정 4세 여아 죽음 왜 못 막았나
주변인 수개월 전부터 학대 인지
주소·거주지 달라 담당자 못 만나
친모 폭행으로 4세 여아가 숨진 사건(부산일보 12월 16일 자 10면 보도)과 관련, 수개월의 학대가 이어지는 동안 충분히 아동을 구조할 기회가 있었던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행정 당국의 안일한 보호 조처와 학대를 인지할 수 있었던 주변인들의 무관심이 ‘골든타임’을 놓치고 결국 여아의 사망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부산경찰청은 자신의 딸을 수차례 때려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아동학대치사)로 20대 여성 A 씨를 구속했다고 18일 밝혔다. 법원은 “도주 우려가 있다”며 A 씨에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아동이 숨지기 수개월 전부터 지속적인 학대가 있었던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A 씨 지인 등으로부터 A 씨가 6개월 전부터 딸에게 음식을 제대로 주지 않는 등 지속적인 학대가 이뤄졌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사망 당시 아동의 몸 곳곳에서 골절과 폭행 흔적이 다수 발견됐고, 보통의 4세 아동보다 몸무게가 훨씬 적게 나가는 등 몸도 매우 야윈 상태였다. 아동의 사망을 확인하고 학대를 최초 신고한 병원 측도 외관만으로 즉각 아동의 영양실조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이와 관련한 사건이 발생한 금정구청 등은 수개월간의 학대 기간 동안 학대 신고가 없었던 경위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다. A 씨는 남편과 별거 뒤 몇 년 전부터 금정구 지인의 집에서 생활을 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 집에는 지인 가족이 함께 생활해 오고 있어, 이들이 충분히 학대를 인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경찰 조사에서도 A 씨 지인 등은 학대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통상 아동학대 가해자가 이웃이나 교육 기관 등 제삼자일 경우 학대 인지 뒤 비교적 신고가 빠르게 이뤄지지만, 부모가 가해자인 경우 신고율은 크게 떨어진다. 아동의 보호 책임은 부모에게 있다는 관념 탓에 부모와 자녀 사이에 개입하기를 꺼리는 것이 주된 이유이다. 아동학대 신고 의무도 의료인, 어린이집 등 교육인, 아동 관련 시설 종사자와 공무원 등으로 제한돼 있어 주변인의 적극적인 신고에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다.
행정기관의 아동 보호 조치도 매우 느슨하게 운영되면서 비극을 막지 못했다는 평가다. 사망 아동은 최근 의료기관의 진료를 받지 않아 아동 안전 조사 대상에 올랐다. 하지만 주소지가 이전 거주지에 경북 칠곡군으로 기록돼 있었고, 올해 현장 조사를 나온 칠곡군은 아동을 만나지 못했다. 이후 칠곡군 등은 후속 절차를 밟을 계획이었으나 결국 아동이 숨지기 전에 실현되지 못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주소지와 거주지가 다른 특수한 상황이 발생하면 행정 조처가 느려질 수 있다”며 “피해 아동의 상태를 직접 확인하기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사이 이런 일이 발생해 많이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