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 한반도 선제타격, 윤 정부 가만 두고 볼 일인가
북한에 군사적 개입도 영토 주권 침범
안보문서 수정 요구 등 강력 대응해야
일본 정부가 자국의 안보와 관련해 지난 16일 ‘반격 능력’을 공식화해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말이 좋아 반격이지 사실상 선제타격에 다름 아니다. ‘필요로 할 때 최소한의 자위 조처’로서 반격하겠다고 하지만 그 ‘필요’라는 게 어디까지나 일본의 자의적 판단에 의한 것이라 위험하기 그지없다. 결과적으로 일본은 이번에 소위 평화헌법이 명시한 전수방위, 즉 공격받을 경우에만 자위력을 행사해야 한다는 개념을 부정했다. 반격 능력을 갖추기 위해 향후 5년간 415조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돈도 쏟아붓겠다고 했다. 일본이 ‘전쟁 가능한 국가’를 넘어서 사실상 군국주의로 가는 신호탄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이 이번에 반격 능력을 공식화하면서 협력 대상으로 지목한 국가는 미국뿐이다. 북한을 타격할 때라도 한국 정부와는 협의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반격 능력 행사는 오로지 자위권 행사의 일환이기 때문에 다른 국가의 허가를 얻을 필요가 없다는 논리를 폈다. 자기들이 알아서 할 테니 한국 정부는 관여하지 말라는 것이다. 일본이 북한과 분쟁을 일으킬 경우 그 피해를 가장 직접적으로 입을 수밖에 없는 한국을 아예 무시하는 처사라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동의 없이 한반도에서 군사행동을 벌일 수 있다는 이야기인데, 과거 일제의 강점을 경험한 우리로선 결코 좌시할 수 없는 일이다.
북한의 미사일이 일본 열도를 넘어가는 경우도 있었으니 일본 국민이 갖는 위기감이 어느 정도일지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북한의 위협이 고조된다고 해서 일본이 자의적 판단으로 북한에 선제타격을 하는 일까지 용납할 수는 없다. 동맹 체제 안에서 한국과 일본은 북한의 무력 도발에 함께 협력해야 하지만 일본이 북한에 군사적으로 개입하는 일은 전혀 다른 문제다. 헌법에 명기된 대한민국의 영토는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다. 즉 일본의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은 그 자체로 우리 영토 주권에 대한 침범이다. 요컨대 우리 정부의 승인 없이 일본이 북한을 공격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놀라운 건 우리 정부의 태세다. 일본이 선제타격을 천명하기까지 우리 정부는 사전에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았다. 혹 일본이 사후 통보만 한 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이 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군비 증강을 용인하는 듯한 뉘앙스를 보인 점도 우려스럽다. 북한 타격을 자체적으로 판단하겠다는 일본에 대해 대통령실이 18일 “논의 가능한 내용”이라고 했다가 이튿날 “우리와 긴밀한 협의 및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다급히 밝힌 것도 탄식이 나오는 대목이다. 정부는 훨씬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 우선적으로 선제타격의 길을 터 놓은 안보문서의 수정을 일본에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