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세나 운동 선구자’ 통영 조흥저축은행 박명용 회장 26일 별세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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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흥저축은행 박명용 회장. 부산일보DB 조흥저축은행 박명용 회장. 부산일보DB

경남 통영에 본소를 둔 조흥저축은행 박명용 회장이 26일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7세.

1936년 통영시 태평동에서 태어난 고 박명용 회장은 인구 14만 명 남짓한 소도시에서 ‘전국 1등’ 금융사를 일궈낸 기업인이다. 이를 토대로 ‘메세나(Mecenat·기업이 문화예술에 적극 지원해 사회 공헌과 국가 경쟁력에 이바지하는 활동)’ 운동의 선구자로 활동했다.

유년 시절, 어려운 집안 형편 탓에 늘 굶주린 배를 움켜쥐어야 했던 고인은 기업가로 성장하며 지역사회와 이웃을 위해 자신이 가진 것들을 아낌없이 내놨다. 40년 전 80kg들이 쌀 1가마니로 시작된 작은 나눔이 매년 1억 원 이상의 기부, 후원으로 계속되고 있다. 특히 “배고파 공부 못한다는 소리는 없어야 한다”며 지역 중·고생 급식비로 매년 5000만 원을 후원하고 있다. 이렇게 생전 사재를 털어 지역사회에 희사한 규모만 줄잡아 90억 원이 넘는다.

고인의 지독한 지역 사랑은 팔순을 맞이한 2015년 방점을 찍었다.


‘송천박명용예술장학재단’ 첫 장학금 전달식. 고인은 학생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고 어깨를 다독이며 대한민국 문화예술 분야의 주역으로 성장해 달라고 당부했다. 부산일보DB ‘송천박명용예술장학재단’ 첫 장학금 전달식. 고인은 학생 한 명, 한 명과 눈을 맞추고 어깨를 다독이며 대한민국 문화예술 분야의 주역으로 성장해 달라고 당부했다. 부산일보DB

예향의 도시에서 나고 자란 것을 누구보다 자랑스러워했던 고인은 ‘통영예술인상’을 제정해 지역 예술인 발굴과 창작 활동을 돕고 있다. 2018년엔 7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문화예술 활동의 터전으로 써 달라며 통영시에 기부하고, 이듬해 사재 55억 원을 출연해 자신의 호와 이름을 딴 ‘송천 박명용 예술장학재단’을 설립, 예향의 맥을 이어 나갈 미래 문화·예술인 육성에 앞장섰다.

새마을운동, 국제로타리클럽 등 봉사단체 수장으로 사회활동에도 헌신했다.

일련의 공로를 인정받아 △내무부장관 표창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 △통영시 문화상 △통영시 교육상 △행정안전부 국민추천포상 최고등급 동백장 등을 수상했다.

고인의 빈소는 통영서울병원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29일 오전 9시, 장지는 통영추모공원이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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