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아이오닉 5 충돌테스트 현장 가보니…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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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 수준 안전 성능 개발 산실 남양연구소 공개
지난해 IIHS에서 총 26개 차량 TSP+, TSP 획득
시속 64km 충돌 아이오닉 5, 승객모형 손상없어
1개 차종 충돌100회, 버추얼 시뮬레이션 3천회

현대자동차 순수전기차 ‘아이오닉5’가 시속 64km로 100t 구조물에 충돌한 직후 모습.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 순수전기차 ‘아이오닉5’가 시속 64km로 100t 구조물에 충돌한 직후 모습.현대차그룹 제공

‘5, 4, 3, 2, 1, 뻥~’

지난 12일 경기도 화성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안전시험동에선 현대차의 순수전기차 ‘아이오닉 5’의 충돌 안전 평가 현장이 국내 미디어를 대상으로 공개됐다.

이날 안전평가 현장은 시속 64km로 100t 이동식 충돌벽에 차체의 40%만 겹치게 충돌(옵셋충돌)하는 테스트다. 업체에서 제공해준 이어폰을 끼고 50m 떨어진 곳에 위치해있었지만 충돌음은 꽤 컸다. 몇초후 오일류의 화학약품 냄새까지 났다.

잠시후 만난 아이오닉 5의 우측 앞부분은 처참할 정도로 부서졌다. 보닛(덮개)은 종잇장처럼 구겨졌고, 우측 앞 3분의 1부분은 그릴에서부터 휀다까지 차량 윈도앞까지 밀려들어가면서 내려앉은 모습이었다. 운전석쪽 앞타이어는 펑크가 났고, 차량 아래로는 분홍색과 보라색 중간 계열의 액체도 흘러나와 있었다. 이날 시험은 운전석에 남성 승객 인체 모형을, 후석에 여성 승객 인체 모형을 각각 착석시켜 진행했다.

이날 충돌에서 인상적인 결과는 차체는 심하게 부서졌지만 차량 내 운전석과 뒷좌석 인체모형(더미)은 외관상 변화가 없었고, 시트변형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 운전석쪽 A필러(운전석과 앞유리 사이 기둥)의 변형이 없었다는 점, 배터리팩도 손상이 없었다는 점 등이다.

예전에 메르세데스-벤츠 초청으로 중국 출장을 갔을때 “충돌시 승객이 안전하기 위해서 차량이 충격을 많이 흡수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설명을 들은 적이 있는데 바로 그런 상태였다.

현대차 백창인 통합안전개발실장(상무)은 “기존 내연기관 차량의 경우 승객실을 제외하고는 적절한 변형으로 충돌 에너지를 흡수하는 방식으로 개발을 진행했으나, E-GMP로 알려진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은 배터리가 장착된 부위가 손상이 없도록 구조적으로 설계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면 충돌시 충돌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흡수하기 위해 범퍼 백 빔을 더블 박스 구조로 설계했고, 엔진룸은 멀티 로드패스 구조를 적용해 다양한 충격 방향에서도 효율적으로 충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현대차 ‘아이오닉 5’ 충돌 안전 평가 진행후 모습. 오른쪽 앞부분이 심하게 파손돼있다.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 ‘아이오닉 5’ 충돌 안전 평가 진행후 모습. 오른쪽 앞부분이 심하게 파손돼있다.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그룹은 최근 안전 성능에서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충돌 평가를 진행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IIHS(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 협회)에서 지난해 최우수 등급인 TSP+(톱 세이프티 픽 플러스)와 우수 등급인 TSP(톱 세이프티 픽)를 총 26개 차량에서 획득했다.

백창인 상무는 “현재 순위 기준으로는 폭스바겐그룹이 27개 차종으로 1위이지만 7개 차량의 경우 연식 중복이 있어 실질적으로는 현대차그룹이 1위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를 적용한 ‘아이오닉 5’, ‘EV6’, ‘GV60’ 차량 모두 IIHS에서 TSP+를 받으며 우수한 안전성을 입증했다. 유럽 신차 안전성 평가 프로그램인 유로 NCAP에서 현대차그룹의 전용 전기차 모두 최고 등급인 별 다섯개를 획득하는 성과를 얻었다.

이번 평가가 진행된 현대차∙기아 남양연구소 안전시험동은 2005년 12월 준공됐으며, 4만m²(1만 2100평)의 시험동과 2900m²(877평)의 충돌장을 갖췄다.

충돌시험장은 100t의 이동식 충돌벽과 전방위 충돌이 가능한 총 3개 트랙으로 구성되며, 최고속도 시속 100km, 최대 5t의 차량까지 시험이 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은 차량 출시전 개발 단계별로 정면·옵셋, 차대차, 측면·후방 시험 등 실제 사고를 재현한 다양한 충돌 모드 시험을 차종당 100여 차례 이상 진행하고 있다.

또한 충돌 시험 전 차종당 평균 3000회 이상 버추얼 충돌 시뮬레이션(가상충돌)을 행하고 있다. 버추얼 충돌 시뮬레이션은 버추얼 차량 모델을 통해 슈퍼 컴퓨터로 여러 충돌 상황을 구현하는 것으로, 실제 차량 없이 다양한 상황에 대한 충돌 안전 성능을 개발하고 검증할 수 있어 개발시간과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다.

특히 한 건의 버추얼 시뮬레이션 과정은 결과가 나오기까지 15시간 이상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하면 한 차종의 시뮬레이션을 활용한 충돌 안전 개발에만 4만 5000시간이 들어가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매일 100회 이상, 연간 3만 회 이상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제 사고에서 발생하는 여러 충돌 사례 등을 분석, 승객과 보행자의 상해를 줄이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업체 측은 “차량당 총 100억여 원의 충돌 안전 개발 비용이 든다”고 했다.

이날 충돌테스트에서 아이오닉 5는 화재가 일어나지 않았지만 최근 잇따르는 전기차 화재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충돌테스트 후 가진 취재진의 질문도 전기차 화재에 집중된 모습이었다. 화재가 나지 않게 하는 방안, 화재가 나더라도 확대가 되지 않는 방안, 화재시 탑승객이 안전하게 탈출할 수 있는 방아 등이다.

현대차 통합안전개발실 임진학 안전성능해석팀장은 “현재의 배터리백 설계 등으로 화재의 99%는 커버가 되지만 시속 100km 충돌을 가정한다면 다소 취약한 부분이 있다”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자체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화재에 비교적 안전한 전고체 배터리도 개발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정진상 클로저메커니즘설계팀장은 “도어락 버튼이 충돌시 위로 올라올 수 있게 설계돼 있고, 필요시 수동으로 당기면 탑승객이 탈출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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