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아쉽게 우승 놓쳤지만…동남아 축구 판도 바꿨다

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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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국가대표팀 지휘 마지막 경기
태국과 미쓰비시컵 결승 2차전 0-1 패
1·2차전 합계 전적 2-3으로 져 준우승
아시안게임 4강·SEA 게임 축구 2연패
FIFA 랭킹 100위 내 진입 등 성과 일궈



16일 태국 탐마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미쓰비시컵 결승 2차전을 지휘하는 박항서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 로이터연합뉴스 16일 태국 탐마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미쓰비시컵 결승 2차전을 지휘하는 박항서 베트남 축구 대표팀 감독. 로이터연합뉴스

‘베트남 국민 파파’ 박항서(64) 감독의 ‘라스트 댄스’가 아쉽게 마무리됐다. 박 감독은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을 이끌고 치른 마지막 경기인 미쓰비시컵을 준우승으로 끝마쳤다. 하지만 박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5년 동안 베트남 축구는 괄목할 도약을 이뤘고, 동남아 축구 판도가 새롭게 바뀌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박 감독의 베트남은 16일 태국 빠툼타니주 클롱루앙군의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아세안축구연맹(AFF) 미쓰비시일렉트릭컵 결승 2차전 원정 경기에서 0-1로 졌다. 앞서 13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치른 1차전에서 2-2로 비겼던 베트남은 1·2차전 합계 2-3으로 밀려 우승 트로피를 눈앞에서 놓쳤다.

이날 베트남은 전반 24분 태국에 선제골을 내주며 끌려갔다. 태국의 티라톤 분마탄이 기습적으로 날린 중거리 슛이 그대로 골문 구석에 꽂혔다.

원정 다득점 원칙에 따라 베트남으로선 2골 이상을 넣어야 하는 다급한 상황이 됐다. 박 감독은 전반 36분 이른 시간에 왼쪽 측면 공격수 응우옌뚜언아인을 빼고 응우옌꽝하이를 투입하는 등 교체 카드로 반전을 시도했다. 하지만 홈 팬들의 열렬한 응원을 등에 업은 태국의 수비벽을 끝내 뚫지 못하고 0-1로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베트남과 태국 선수들이 16일 태국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미쓰비시컵 결승 2차전에서 경쟁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베트남과 태국 선수들이 16일 태국 탐마삿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미쓰비시컵 결승 2차전에서 경쟁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박 감독은 베트남 대표팀을 이끌고 2018년 ‘동남아 월드컵’으로 불리는 이 대회(전 스즈키컵) 정상에 오른 바 있다. 이번에 두 번째 우승을 노렸으나, 아쉽게 이 대회 최다 우승국(7회) 태국의 벽을 넘지 못했다. 이로써 이달 말 베트남 지휘봉을 내려놓는 박 감독의 고별전은 준우승으로 마무리됐다.

경기 뒤 기자회견에서 박 감독은 “베트남 국민과 축구 팬께 꼭 우승 선물을 드리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하다”며 “결과는 감독의 부족함 때문이다. 선수들은 오늘 최선을 다했다”고 선수들을 감쌌다. 이어 “사랑하는 선수들과 더는 같이할 수 없는 게 가장 아쉽고 마음이 아프다. 선수들과 함께 생활하며 동고동락한 기억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이젠 팬으로서 베트남 축구를 열렬히 응원하고 항상 기억하겠다”고 베트남 사령탑을 떠나는 아쉬움을 전했다.

박 감독은 이후 거취에 대해선 “아직 다음 행선지는 결정하지 않았다. 계약 기간이 31일까지이기 때문에 미래에 대해선 그 이후에 저를 관리해 주는 (회사)대표, 가족과 상의하려 한다”고 말했다.

아쉬움은 남지만 박 감독이 베트남 대표팀과 보낸 5년 여정은 찬란했다. 2017년 9월 베트남 대표팀 사령탑에 오른 박 감독은 2018년 초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에서 동남아 국가로는 처음으로 베트남에 준우승을 안겨 줬다.

이어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베트남을 4강에 올려 놓았고, 그해 미쓰비시컵에선 정상 등극을 이뤄 냈다. 베트남이 미쓰비시컵에서 우승한 건 2008년 이후 10년 만이었다.

박 감독의 베트남은 2019년 AFC 아시안컵 8강, 2019·2021년 동남아시안(SEA) 게임 축구 2연패를 달성하더니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선 사상 처음으로 아시아 최종예선에 진출하는 새 역사를 썼다. 최종예선에선 중국을 3-1로 격파하고, 일본과 1-1로 비기는 경쟁력을 보여 주기도 했다.

베트남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도 134위(2016년)에서 박 감독 취임 후 100위 안(96위)에 진입했다.

이러한 박 감독의 업적은 이번 대회 우승 팀 태국 단장의 극찬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누안판 람삼(57) 단장은 결승전을 앞둔 인터뷰에서 “박항서 감독을 정말 존경한다. 그는 베트남 축구를 바꿔 놓았고, 동남아시아 축구 판도에 변화를 일으킨 지도자”라고 높이 평가했다. 치앙마이(태국)=kyjeong@busan.com


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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