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 “목 조르는 자원 착취 멈춰라”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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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콩고 대통령과 회담차 방문
전쟁 부르는 착취 행태에 반대
교황 집전 미사 200만 몰릴 듯
잇딴 내전 동부 찾아 피해자 만나

프란치스코 교황(왼쪽 두 번째)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민주콩고 킨샤사에서 펠릭스 치세케디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 아프리카 방문에서 특히 아프리카에 대한 자원 착취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왼쪽 두 번째)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민주콩고 킨샤사에서 펠릭스 치세케디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번 아프리카 방문에서 특히 아프리카에 대한 자원 착취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전 세계 가톨릭 교회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이 교황 자격으로 38년 만에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을 찾아 “아프리카의 목을 더 이상 조르지 마라”며 자원식민주의를 강경하게 비판했다. 하지만 정작 가톨릭 교회가 과거 인정했던 이 지역의 만행에 대해서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언급이 없었다는 비판도 동시에 나온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AP 통신 등에 따르면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오후 킨샤사 대통령궁에서 정부 인사와 시민단체, 외교단을 향해 “아프리카 대륙이 계속해서 다양한 착취를 당하고 있는 것은 비극이다”고 말했다. 교황은 “탐욕의 돈이 다이아몬드를 피로 물들였다. 막대한 광물자원이 전쟁과 난민, 굶주림을 부추겼다”며 “인륜에 반하는 끔찍한 형태의 착취다”며 민주콩고 사례를 꼬집었다.

그는 또 “민주콩고에서 손을 떼라. 아프리카에서 손을 떼라. 아프리카의 목을 더 이상 조르지 마라”며 “아프리카는 빼앗길 광산이나 약탈당할 영역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교황은 바티칸의 과거 가톨릭 식민지 개척자들이 해당 지역에서 저지른 만행을 정당화한 칙령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고 영국 방송 BBC 등이 비판했다.

현지 매체 악튀알리테에 따르면 교황이 탄 비행기는 6시간 50분의 비행 끝에 이날 오후 2시 30분께 킨샤사 인근 은질리 공항에 착륙했다. 고질적인 무릎 통증에 시달리는 교황은 휠체어에 앉은 채 비행기에서 내렸다. 교황의 민주콩고 방문은 1985년 당시 요한 바오로 2세의 자이르 방문 이후 아프리카에서는 처음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애초 지난해 7월 아프리카 방문을 계획했지만, 무릎 통증 치료를 위해 한 차례 연기했다. 교황은 오는 5일까지 5박 6일간 민주콩고와 남수단을 찾아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민주콩고의 가톨릭 신자 비율은 1억 명이 넘는 전체 인구의 절반에 이른다. 아프리카에서 가톨릭 신자가 가장 많은 나라가 민주콩고다. 아프리카에서 알제리 다음 두 번째로 큰 민주콩고 영토는 한국의 23배에 이른다.

외신은 아프리카 곳곳에서 온 가톨릭 신자 등 200만 명에 가까운 인파가 교황이 집전하는 미사에 몰릴 것으로 보고 있다. 교황은 미사 이후에 내전 피해가 극심한 민주콩고 동부 지역의 피해자를 만난다는 계획이다. 광물 매장량이 많은 민주콩고 동부 지역에는 민주군사동맹(ADF)과 M23 반군, 말라이카 민병대 등 무려 70여 개의 무장단체가 난립한 상태다. 교황은 민주콩고 동부의 고마도 찾을 예정이었지만, 주변의 북 키부 지역은 정부군과 M23 반군 간의 격렬한 전투와 이슬람국가(IS)와 연계된 무장세력이 활개쳐 방문을 단념했다. 유엔의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이 전투로 570만 명이 집을 잃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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