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악이 아닌 첼로가 들려주는 ‘겨울나그네’ 24곡 전곡 연주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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첼리스트 양욱진 23일 부산에서 첫 도전
"첼로 음역대로 얼마만큼 표현할까” 주목

오는 23일 '겨울나그네' 전곡 연주에 도전하는 첼리스트 양욱진. IPB 제공. 오는 23일 '겨울나그네' 전곡 연주에 도전하는 첼리스트 양욱진. IPB 제공.

해마다 겨울이면 한두 번쯤 듣게 되는 클래식 레퍼토리 중에는 슈베르트 연가곡 ‘겨울나그네’가 있다. 올겨울만 해도 바리톤 박흥우(2022년 12월 17일 부산뮤지카오스), 바리톤 김동섭(2월 9일 스페이스 움), 바리톤 문정현(2월 23일 금정문화회관 은빛샘홀) 등이 부산에서 24곡 전곡을 연주하거나 계획 중이다.

하지만 이번엔 좀 다르다. 사람(성악가)의 목소리가 아닌 악기(첼로)로 연주되는 ‘겨울나그네’ 전곡 감상 기회다. 첼리스트 양욱진(인제대 교수)이 23일 오후 7시 30분 부산문화회관 챔버홀에서 ‘슈베르트:겨울나그네’ 첼로 독주회를 연다.

허무와 비애, 외로움으로 가득한 겨울 여행 분위기를 사람의 목소리와 가장 비슷하다는 첼로라는 악기가 표현한다. 절기상으론 이미 입춘을 지나 2월 하순으로 접어들었지만, 올겨울 한 번도 ‘겨울나그네’ 전곡을 듣지 않았다면 주목할 만하다. 그동안 부산에서는 현악 오케스트라로 편곡된 ‘겨울나그네’가 연주된 적은 있지만, 오리지널 피아노 피트와 첼로 혼자서 24개의 곡을 다 연주한 적은 없는 듯하다. 전국적으로도 리처드 용재 오닐이 비올라로 해석한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가 담긴 ‘겨울 여행’을 음반으로 낸 정도가 기억에 남는다.

양욱진은 “사람의 목소리에 맞춰 작곡된 곡인 만큼 따라 부를 수 없는 높은음과 따라 부를 수 없는 낮은음이 있는데, 첼로라는 악기가 얼마만큼 음악적 표현을 해낼 수 있을까 시도해 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한정된 음역의 첼로가 무작정 사람의 목소리를 모방하기보다는 첼로가 가진 중후한 음색의 장점을 살린 연주를 들려줄 계획”이라면서 “주인공의 심정을 첼로가 표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겨울나그네’의 묘미는 가사를 음미하면서 들어야 제격이다. 그래서 양욱진도 뮐러가 지은 아름다운 시를 관객이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프로젝터를 특별히 준비해 무대 위에 겨울나그네 가사를 띄울 계획이다.

양욱진 독주회는 거의 매년 중형 혹은 대형 극장에서 진행했는데, 이번엔 아주 섬세한 첼로의 표현과 숨소리까지 관객이 느끼면 좋겠다 싶어 비교적 작은 규모의 챔버홀에서 열린다. 피아노는 부산예고·인제대 외래교수로 출강하는 박민선이 맡았다.

양욱진은 미국 줄리아드 예비학교와 줄리아드 음대를 졸업하고, 부산시향 첼로 수석 등을 역임했으며, IPB(International Players of Busan)에서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전석 2만 원(학생 1만 원).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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